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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0일 일요일

뉴스의 미래 (1) : 저널리즘 시스템의 위기 [특집]

뉴스의 미래 (1) : 저널리즘 시스템의 위기 [특집]

신문산업이 몰락의 길로 본격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신문 소멸과정에서 이를 대체할 디지털 저널리즘과 관련된 새로운 산업모델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저널리즘 전체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저널리즘은 경제 시스템 및 조직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시스템은 변화하기 마련이고 때론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환(transformation)’ 과정을 겪는다. 여기서 관심을 집중해야할 부분은 종이매체냐 온라인이냐,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 등의 전략선택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조응하는 저널리즘 시스템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조직문화투쟁의 실패: 종이신문 기자 중심의 무늬만 개혁
신문산업의 위기와 관련하여 다양한 주장과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 뉴스룸,  모바일 우선 전략, 소셜 미디어 편집팀, 비뇨기과 광고 없는 뉴스사이트, 온라인 뉴스팀 강화 등등. 이러한 고민과 실천에도 변화하지 않는 그 무엇이 한국 언론사 조직내에 존재한다. 바로 ‘종이신문 기자’의 권력독점이다. 언론 ‘기업’의 주요요직은 기자의 몫이며 온라인 뉴스 비즈니스 책임자도 종이신문 기자출신이 차지한다. 신참 기자의 눈에도 이는 자연스럽다. 자신들의 ‘미래 밥그릇’을 선배(!) 기자들이 지켜주기 때문이다. 온라인 뉴스팀의 주요역할은 종이신문 기자가 생산한 기사를 포털, 뉴스사이트, 트위터 및 페이스북으로 확산시키는 일과 낚시성 기사로 포털 트래픽을 극대화하는데 놓여있다. 다시말해 뉴스룸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온라인 뉴스팀은 종이신문 기자의 하위집단에 머물고 있다. 홍보성 기사에 기초한 휴가성 해외취재도 종이신문 기자의 몫이고, 가뭄의 단비처럼 찾아오는 기자해외연수 프로그램의 수혜는 대부분의 경우 종이신문 기자가 가져간다. 월급 차이는 물론이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강화되는 ‘자존감 상실’은 (온라인) 저널리즘의 혁신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경영진과 온라인 조직이 함께 싸워야
최근 영국 가디언은 ‘열린 참여 저널리즘(참조)’이라는 기치 아래 조직질서를 재편하고 있다(참조). “The Guardian: Web. Print. Tablet. Mobile.”은 외부용 선전문구 뿐 아니라 현재 가디언의 권력구조를 대변하고 있다. 조직내 권력질서에 대한 재조정없는 저널리즘 방향 재편은 불가능하다. 조직문화 및 조직질서의 변화는 저널리즘 혁신의 시작이요 주요 결과물이다. 니만저널리즘연구소(NJL)가 최근 주장한 것 처럼(참조), 아래로부터의 개혁 또는 종이신문 편집국 등 기자 상부조직으로부터의 개혁만으로 저널리즘 혁신은 불가능하다.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을 주도하는 세력이 존재해야하며 이를 강력하게 지원하는 경영진 등 두 개의 조건은 ‘디지털 전환’의 전제조건이다. 때문에 아래 그림의 ‘문화 투쟁 실패’는 한국 저널리즘 위기의 핵심 이유다. ‘권력 의지’ 없는 개혁의 성공 사례를 역사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의 위기: 시스템의 위기
정보 접근성이 경쟁력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1990년대까지 32권 분량의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을 소유한 사람 또는 일상적 접근권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개인의 지식 범위 또는 정보 범위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1990년대까지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을 ‘모두’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음악에 대한 이해 수준에서 부정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위키피디아가 지식문화를 멋지게 혁신한 이후 백과사전에 대한 접근권과 각 개인의 지식 또는 정보 능력 사이의 상관 관계는 사라졌다. 앨범이 아닌 ‘개별 곡 구입’이 가능해진 아이튠즈 혁신과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저렴한) 음악 스트리밍서비스의 대중화는 음악 접근권에 기초한 음악 취향의 차이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취재원 및 취재처 접근권의 차이에 따른 저널리즘의 경쟁 우위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제이 로젠(Jay Rosen)이 최근 영상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디지털 기자에게 필요한 것은 취재처에 대한 수직적 네트워크가 아닌 사용자,  취재처 등에 대한 수평적 네트워크다(동영상 보기). 위 그림에 표현된 ‘기자 전문성 위기’는 사라지는 (종이)매체에서 글쓰기에 익숙한 기자에 대한 다양한 위협 요인을 묘사하고 있다.
약점의 연결: 신문 수익성 악화와 기업 홍보 기능의 강화
종이신문의 광고 효과가 급감하면 자연스럽게 광고 매출이 줄어든다. 광고 매출이 줄어들면 경영진과 편집국에는 위기의식이 강화된다. 정상적인 경영조직은 매출감소가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현상인지를 구별하고 전자의 경우 비용절감을 시도하고 후자의 경우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한다. 그런데 문제는 구조적 위기에 따른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한국 대형 언론사의 경우 (공)기업,  대학교 및 관공서에 대한 홍보성 기사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홍보성 기사가 언론 비판정신 실종과 신뢰도 상실로 이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수순이다.
섹션이냐 쓰레기냐… 신문사 ‘엿바꾸기’ 지나치다 중에서
(출처: FACTOLL)
시스템 위기와 디지털 전환
한국 저널리즘은 경제성 위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저널리즘 개혁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신문산업 위기를 넘어 저널리즘 시스템 전체의 위기와 직면하고 있다. 탈진 상태에 빠져든 일선 기자 그러나 이들에게 계속되는 ‘신문기자’ 특권의식. 겉으로는 변화에 수긍하나 조직개혁에는 단호히 저항하며 자기 잇속에 환한 등불을 밝혀둔 부장급 이상의 간부들. 포털 낚시성 기사 생산과 조직내 차별 문화로 자존감을 빼앗긴 온라인 뉴스편집국 ‘직원들’. 디지털 비즈니스에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기 보다는 부동산, 전단광고 등 손쉽게 현금을 만질 수 있는 단기수익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진. 추천하고픈 저널리즘스쿨 하나없이 ‘언론홍보 특수 대학원’ 만들어 돈벌기 바쁜 대학.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국 저널리즘 시스템에서 가슴을 뛰게하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어쩌면 바로 이러한 시스템 위기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뉴스의 미래’는 태어날지 모른다. 리부팅이 불가능하다면 교체가 답이다.

알림

‘뉴스의 미래(Rebooting News)’는 슬로우뉴스의 연재물로 여러분과 함께 토론하며 만들어가겠습니다.

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블로거 강정수입니다. (사) 오픈넷(http://opennet.or.kr/)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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