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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3일 수요일

인간의 인간적 활용: 사이버네틱스와 사회 , 노버트 위너

인간의 인간적 활용: 사이버네틱스와 사회 The Human Use of Human Beings: Cybernetics and Society

인간의 인간적 활용: 사이버네틱스와 사회
The Human Use of Human Beings: Cybernetics and Society

노버트 위너



1. 사이버네틱스의 역사적 위치
기브스의 물리학은 뉴턴 물리학과 달리 모든 일이 정확한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단일한 우주가 아니라 압도적인 확률로 벌어지는 세계를 제시했다. 기브스 이론 중에는 여기서 나가아 우주가 나이를 먹을수록 이 확률은 자연적 증가 경향을 보인다는 이론도 있다. 이 확률의 척도를 엔트로피라고 부르며, 엔트로피의 특징적인 경향은 증가하는 데 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우주와 우주 내에 있는 모든 닫힌계에서는 자연적으로 그 특수성이 감퇴하거나 사라지는 경향을 보이며, 확률 최소의 상태에서 확률 최대의 상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고, 구별과 형식이 존재하는 차별과 조직의 상태에서 같음과 카오스의 상태로 자연적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엔트로피가 무질서의 단위라면, 메시지가 전달하는 정보는 질서의 단위이다. 메시지의 확률이 커질 수록 정보의 수는 적어진다. 기브스의 우주에서는 질서가 일어날 확률이 가장 낮고 카오스가 일어날 확률은 가장 높다. 그러나 전체 우주는 흩어져 가는 와중에 국지적으로 고립된 영역이 존재하는데, 생명은 이와 같은 고립 영역을 찾아 터전으로 삼는다.

우주는 오른쪽 방향으로 간다, 그러나 국지적으로 왼쪽으로 가려는 영역이 있다.(예, 생명체)
엔트로피(낮음) -------------> 엔트로피(높음)
확률(낮음)       -------------> 확률(높음)
질서(높음)       -------------> 질서(낮음_무질서)
정보(높음)       -------------> 정보(낮음)

살아 있는 생물체의 물리적 기능과 새롭게 등장하는 일부 커뮤니케이션 기계의 작동은 피드백을 통해 엔트로피를 통제하려는 유사한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정확히 서로 대응한다.
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 속한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설비를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설비가 발달함에 따라 인간과 기계 사이, 기계와 인간 사이, 기계와 기계 사이의 메시지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주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혼돈으로 향하지만, 생명체는 그 반대 방향을 향한다. 기계도 그렇다.)


2. 진보와 엔트로피
자연은 무질서로 향하는 통계적 경향,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지적이며 일시적으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계가 있는데 이것은 단지 생명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기계 또한 국지적이며 일시적으로 정보를 축적하는 데 기여한다.
생명을 흉내 낸 오토마타는 첫째, 일을 수행하기 위한 운동 기관(손, 발과 같은)이 있어야 한다. 둘째, 광전지나 온도계와 같은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세계와 공명(피드백)해야 한다. 일반적인 반사 운동처럼 단순한 피드백도 있지만, 특정 동작은 물론 행동 방침 전체를 조절하는 데 과거의 경험을 사용하는 수준 높은 피드백(학습)도 있다. 이러한 모든 행동 형식들이나 특히 더 복잡한 행동의 경우, 피드백으로 돌아온 정보를 근거로 하여 기계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결정해 줄 중심 결정 기관이 있어야 한다. 이 때 기계는 살아있는 유기체의 기억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서 정보를 저장한다.(윌리엄 애슈비가 기계와 생명 유기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썼다. Design for a Brain)

점점 더 높이 더 나은 방향으로 자발적인 향상이 이루어진다고 본 라마르크와는 달리 다윈은 진화는 살아 있는 개체가 (a)여러 방향으로 발전하는 경향이며 (b)선조의 패턴을 따르는 경향을 보여 주는 현상으로 보았다. 지나치게 번성해서 발전하는 자연의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되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유기체들은 ‘자연 선택'의 과정을 통해 솎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지치기의 결과, 생명 형태 중 환경에 적응하는 잔여적 패턴만이 남는다. 다윈에 따르면 이러한 잔여적 패턴은 보편적인 목적성인 것처럼 보인다.
애슈비는 잔여적 패턴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학습 기계를 설명한다. 어느 정도 랜덤하고 우연한 구조를 지닌 기계는 평행 상태에 가까운 위치나 평행 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 놓일 것이라 지적한다. 평행 상태에 가까운 패턴은 그 본성상 오랫동안 지속되는 반면, 평행 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패턴은 아주 일시적으로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다윈이 설명했던 자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애슈비가 설명한 기계에서도 목적 없이 만들어진 계 안에서 목적성이 나타난다. 이는 무목적성 자체가 원래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최대 엔트로피라는 매우 사소한 목적이 가장 지속적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잠정적으로 보면, 하나의 유기체 집단은 서로 다른 부분들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패턴에 함께 협력하는 활동 모드에서 좀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학습 과정을 통해 고유한 목적을 찾는다는 비목적성의 우연한 메커니즘에 대한 애슈비의 아이디어야말로, 오늘날까지 철학이 기여한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일 뿐 아니라 자동화 기계의 임무를 기술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지극히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기계에 목적을 주입할 수도 있고, 특정한 단점이나 고장을 피하도록 설계된 대다수의 기계들의 경우 그들이 수행할 수 있는 목적을 찾게 될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고립계에서 엔트로피는 증가한다)을 비관적으로 해석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한편으로는 우리가 전체로서의 우주를 어느 정도 중요한 것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국지적으로 감소하는 엔트로피의 섬을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섬 가운데 하나이며, 이러한 성질을 가진 여러 섬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렇게 되면 가까운 것과 먼 것 사이의 일반적인 차이를 통해 결국 우주 전체보다는 엔트로피가 감소하고 질서가 증가하는 지역을 더 중요시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생명이 속할 수 있는 시간대는 제한적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지질학적 초기 시대에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지구가 또다시 생명체가 사라진 채 불타 버리거나 얼어 버린 행성이 되는 것도 상상 가능하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의 범위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들에게, 지구상에서 인간은 물론 모든 형태의 생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 주는 행운의 사건이 한순간 급작스러운 재앙으로 결말을 맞게 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건설하는 데 성공하여, 살아 있는 존재라는 일시적인 사건과 그보다 훨씬 더 일시적인 인간 존재라는 사건마저도, 그 덧없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긍정적 가치로 여길 수 있다.
진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굳건한 확신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미약한 신념이다.

(우주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엔트로피는 증가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 반대 방향이다. 이것은 국부적이고 일시적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 미약한 신념으로.)


3. 고정성과 학습: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두 가지 패턴
이미 살펴봤듯이 어떤 기계들과 일부 생명 유기체, 특히 고등 생명 유기체는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행동 패턴을 수정하여 특정한 반엔트로피적인 목표를 달성한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고등 유기체의 경우에는 개체가 과거에 경험했던 환경에 따라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다. 즉 어떤 의미에서는 미래의 환경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행동 패턴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개미와 같은 곤충은 대용량을 기억할 수 없고 변태라는 중간 격변기를 겪음으로써 성충 시기와 단절된 형태로 유충 시절을 보낸다는 사실을 볼 때 개미가 많은 학습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미의 행동은 지성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깝다. 곤충이 입고 성장해야 하는 물리적 죄수복은 그 행동 패턴을 규제하는 정신적 죄수복과 직접 관련 된다. 곤충의 역학적인 고정성이 곤충의 지적인 능력에 제한을 주는 반면, 인류의 역학적인 유동성은 거의 무한하다 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인 팽창을 가능케 하는 요소라는 사실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적인 관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이버네틱스가 기대고 있는 관점은 기계나 유기체의 구조는 거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행성을 말해 주는 지표라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말해서 만일 인간 생리학을 그대로 복제한 기계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면 인류의 지적인 능력까지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

피드백은 어떤 시스템의 과거의 실행 결과를 다시 그 시스템에 집어넣음으로써 그 시스템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만일 이러한 결과들이 단순히 그 시스템과 그 규정을 비판하는 수적인 데이터로만 사용된다면, 이는 제어 엔지니어들의 단순한 피드백이 된다. 그러나 만일 실행 결과로부터 되돌아 진행하는 정보가 실행의 일반적인 방법과 패턴을 변경할 수 있다면, 이는 학습이라고 부를 만한 과정이 된다.
시냅스의 작동 방식과 디지털 기계의 작동방식을 대응시킬 수 있다. 디지털 기계에는 테이핑(코드)이 있어서 수행해야 할 연속 작용을 결정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과거의 경험에 근거한 이 테이핑의 변화는 학습 과정에 상응한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인간의 뇌에서 이 테이핑과 유사한 것은 시냅스 문턱synaptic threshold의 결정이다.

(인간의 경험을 통한 학습은 피드백을 통해 기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4. 언어의 메커니즘과 역사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언어가 인간으로부터 인간을 향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간이 기계에 말하고, 기계가 인간에게 말하고, 기계가 기계에게 말하는 방식이 모두 가능하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언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있다.
첫 번째는 음성학적인 측면. 소리 그 자체에 관련.
두 번째는 의미론적 측면.
세 번째는 행동수준. 개인의 경험을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번역하는 것.(이해안됨, 몸짓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러나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 침팬지조차 말을 학습하지 못한다. 이것은 언어의 음성학적 단계가 아니라 의미론적 단계와 관련된다. 침팬지는 귀에 들어온 소리를 번역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결합하거나 복잡한 행동 양식으로 변환하는 신체 메커니즘을 타고나지 못했을 뿐이다. 인간은 부호화와 해독화에 대한 관심을 타고난 덕분에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며, 이는 그 어느 것보다 고유하게 인간만이 갖고 있는 관심인 것 같다.
인간은 물론이고 기계에서 의미론적으로 유의미한 정보란, 그 어떤 자연적, 인위적 방해에도 불구하고 수신 시스템의 실제 메커니즘을 관통하는 정보다. 사이버네틱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의미론은 의미의 정도를 정의하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손실을 제어한다.

(언어는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다. 기계를 만들 때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확장시키는 것을 통해 기계도 이 능력을 학습할 수 있다.)


5. 메시지로서의 유기체
여기서는 공상의 요소를 다룬다. 이 장에서 사용할 은유는 유기체를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이란 죽어 가는 세상에서 지금 여기 존재하는 하나의 섬이다. 살아 있는 존재가 타락과 부패의 일반적인 흐름에 저항하는 과정을 일컬어 항상성이라 한다. 이것은 기계적인 자동 장치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과 같은 형태의 네거티브 피드백 메커니즘이다.
생명은 항상성에 의해 유지되는 패턴이다. 패턴은 메시지이고 따라서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우리가 만일 인간 몸의 패턴 전체 혹은 기억력과 상호연결성을 가진 인간 두뇌를 전송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된다. 이 일이 가능하다면 가상의 수신 장치가 메시지를 적절히 재구성하여 우리의 몸과 정신 속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과정들을 계속해서 재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원래의 상태는 항상성 과정에 의해 보전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물리적인 이동보다 정보 소통이 더 중요하다. 인간의 말이 가 닿는 지점과 인간의 지각력이 미치는 지점까지 인간의 제어 능력과 신체적 존재가 확장된다. 메시지의 이동은 인간의 감각 기관을 확장시키고 인간의 행동 능력을 지구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확장시키는 정도까지 나아갔다.
4장에서 물질적 이동과 메시지 이동 사이의 구별이 그 어떤 이론적인 의미에서도 영원하거나 연결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이 문제는 인간의 개체성이라는 문제와 깊이 관련된다. 몸의 개별성은 돌의 개별성이 아니라 불꽃의 개별성이다. 이러한 몸의 형태는 전송되거나 수정되거나 복제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짧은 거리에 걸쳐 복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하나의 세포가 둘로 나뉠 때, 또는 우리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생득권을 운반하는 유전자 중 하나가 생식 세포의 감수 분열을 준비하기 위해 갈라질 때, 그 자체를 복제하려는 살아있는 조직의 패턴의 힘에 따라 조건화된 물질의 분리가 일어난다. 만일 그렇다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신을 보낼 때 사용할 수 있는 전송 양식과 인간 등의 살아 있는 유기체를 전송할 수 있는 가능성 사이에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절대적인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기차나 비행기 여행은 물론 전신을 통해서도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록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운 생각일지라도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자. 근대 사회의 교통의 중요성을 실험하려던 키플링의 생각은 인체의 수송보다는 인간이 가진 정보를 전달하는 편에 압도적인 중점을 둔다는 교통의 견지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유기체를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단순한 물리적 이동보다는 정보의 이동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제어 능력과 신체적 존재가 확장될 수 있다.)


6. 법률과 커뮤니케이션
법률은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케이션 행태로서의 언어에 적용되는 윤리적 통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법률의 집행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법률의 일반적 목적, 즉 정의에 대한 개념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정의의 개념이 효율적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제다.
법률은 다른 무엇보다도 법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입법가나 판사들은 법조문을 분명하고 모호함 없이 만들어 전문가들은 물론 당대의 보통 사람들까지도 모두 한결같이 해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법률가들이 과거의 판례를 해석할 때는 법정이 이미 했던 말뿐아니라 법정이 앞으로 하게 될 말까지도 높은 확률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법률의 문제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나 사이버네틱스의 문제, 즉 어떤 결정적인 상황에서 질서에 따라 반복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 문제로 여길 수 있다.
소음이 인간 커뮤니케이션 혼란을 주는 요인으로 여겨지지만 그 피해가 의도적으로 악의적이지는 않다. 이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있어서는 사실이고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 대화에서도 대부분 그러하다. 반면 경험적으로 볼 때 법정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의 경우 가장 그렇지 못하다. 법률 시스템의 전체적인 특성은 충돌에 있다. 법률은 최소한 세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화이다. 예컨대 민사라면 원고, 피고, 그리고 판사와 배심원으로 구성된 법 시스템이 참여하는 대화이다. 이는 전적으로 폰 노이만식 게임이다.

(법률을 사이버네틱스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법률 시스템의 경우 폰 노이만식 게임을 닮았다. 그러므로 이것은 언어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자연의 경향과는 다른 것이다. 4장에서 일반적 커뮤니케이션 담론의 대상은 자연 자체의 엔트로피 경향이지 어떤 의도를 가진 실제 적수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법률은 그 비일반적 커뮤니케이션의 예인것 같다.)


7. 커뮤니케이션, 비밀, 사회 정책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세계에서 정보의 운명이란 팔고 사는 어떤 물건이 되는 것이다.이러한 태도는 정보와 그와 관련한 개념들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 다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허법: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과 자연법칙을 발견하는 것은 구분된다. 후자에는 소유권이 인정안된다. 오늘날 등장하는 발명품들은 일반적으로 머리를 써서 만들어 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품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좋은 상품은 물건의 본질적인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손에서 손으로 전달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는 쉽게 보존할 수 없다.
국가의 군사적 과학적 노하우: 무기의 효능은 특정 시기에 정확히 그에 필적할 만한 다른 무기들이 있느냐 하는 점에 달렸다. 다음 위기에 대비해 무기를 저장하는 것은 무기 저장 과잉을 초래한다. 경제적 수준에서, 영국은 산업 혁명 초기 폭이 좁은 철도와 낡은 공장 유물탓에 현대적 시스템을 건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보는 저장보다는 처리 과정의 문제이다. 국가의 당면 요구들에 대처하기에 적당한 상태로 정보와 과학을 처리하는 국가가 최대의 안전 보장 국가가 될 것이며, 이러한 국가에서는 우리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고 그에 맞게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연속적인 과정 중 한 단계로서 정보의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어 있을 것이다.

비밀, 메시지 교란, 허세 등의 기술은 모두 우리 측이 다른 측보다 커뮤니케이션의 힘과 기구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확보하는 일에 관련된다. 제아무리 완벽한 과학적 기밀이라도 그 확산은 단지 시간문제일뿐이다. 이 게임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무장하는 것과 적을 무장시키는 것 사이에 구별이 없다.(우리의 무장에 관한 정보를 상대가 곧 알아채고 그 수준으로 무장을 할 것이므로) 따라서 가공할 만한 발견을 하나씩 할 때마다 우리가 또다시 새로운 발견을 해야 하는 필요성은 점점 더 증가한다. 그래서 결국은 이 땅의 모든 지적 잠재 능력이 건설적인 활용 가능성으로부터 유출되어 신구를 막론하고 경쟁에 필요한 수많은 요구에 투입될 것이다. 이러한 무기의 효과는 지구의 엔트로피를 증가시켜서 결국은 뜨겁고 차가운 것 , 선하고 나쁜 것, 인간과 물질 사이의 모든 구분이 사라져 새로운 별의 하얗게 불타는 용광로가 될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외부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흘러드는 영향에 참여하는 일이고 외부 세계에 대하여 행동하는 일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과도기 단계에 있을 뿐이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지식의 발전과 그 막힘없는 교류에 참여한다는 의미이다. 적절한 지식을 적이 갖지 못하도록 하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은 우리가 그러한 지식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보는 저장하고 감추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다. 외부세계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지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8. 지식인과 과학자의 역할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온전함이 사회 복지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예술가와 작가와 과학자들은 거부할 수 없는 추진력에 이끌려 창작을 해야 하고, 심지어는 그 작업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일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직접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형식이 교육적인 내용에 우선하며 나날이 교육의 내용이 얄팍해지고 있는 시기를 살고 있다. 아마도 이제는 커다란 추진력보다는 단순히 학위를 획득하여 문화적 직업이라고 여겨지는 궤적을 따라가기 위한 사회적 지위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을 때, 단지 누군가가 커뮤니케이션의 전도사라는 사회적이고 지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서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면, 그 메시지의 질적이고 커뮤니케이션적인 가치는 무거운 추처럼 급속히 추락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열린 채로 정보는 교환되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일련의 행위는 특정 주체들이 정해놓은 방향이 아니라 개개인의 동력에 의해서 자유로운 길을 따라야 한다.)


9. 1차 산업 혁명과 2차 산업 혁명
산업혁명은 인간의 다른 기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인간과 동물을 동력원의 위치에서 물러서게 해 주었다. 오늘날 곡괭이질과 삽질을 하는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불도저가 지나간 다음에 뒤처리를 하는 것 정도이다.
더욱 완벽한 자동화 시대의 그림을 그려 보자. 미래의 자동차 공장의 조립 라인의 연속 작동은 현대적인 고속 컴퓨터가 제어할 것이다. 컴퓨터의 가격은 내려갈 것이고 이것의 행동은 테이핑을 통해서 조정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기계가 생산 과정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실행되는 일상의 통계적 제어까지도 처리할 수 있다. 기계는 일반 노동력과 화이트 컬러 노동력을 가리지 않는다. 기계가 사용되는 곳에 누군가 판단을 대신할 기계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새로운 혁명은 양날의 검이다. 인류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지만 인류를 파괴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산업 혁명이 노동력을 대신했다면 2차 산업혁명-지능적 기계를 통한- 판단을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 커뮤니케이션 기계와 그 미래
앞서 설명한 공장 시스템과 관련 없는 자동화 기계 관련 문제들도 있다. 신체 기능이 손실되거나 약화된 인간에게 인공 기관을 보조하거나 대치하는 목적의 문제이다.
기계는 불구가 되었거나 감각 기관의 장애로 인해 손상된 부분을 보강할 뿐 아니라, 이미 강력한 힘을 가진 기관에 새로이 더 큰 힘을 더해 주어 잠재적으로 위험스러울 정도까지 사용될 수 있다. 이미 기계의 도움으로 시각적 패턴을 청각적 언어로 변환함으로써 일반 텍스트 내용을 시각 장애인에게 읽어 주는 기계를 만들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기계를 사용하여 시각 장애인에게 위험물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도 있다. 그리고 청각을 완전히 잃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 기계를 사용할 수도 있다.
기계들 사이의 행동을 관찰해서 이를 사회적 행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기계 행동에 대한 새로운 과학의 시작이다.
학습 가능한 기계는 군사적 상황을 평가하고 어떤 특정한 시기에 필요한 최선의 움직임을 결정할 수도 있다.
우리 과학자들은 심지어 군인이나 정치가로서 우리의 지식을 발휘해야 할 때라 할지라도, 인간의 특성이 무엇이며 그 타고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노하우’ 보다 ‘노왓 know-what’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뿐 아니라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떻게 하느냐 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의 혁명이 가져올 가능성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우리의 목적을 바로 설정해야 한다.)


11. 언어, 혼동, 방해
4장에서 파리의 브누아 만델브로와 하버드의 야콥슨 교수의 언어의 현상들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 여기서는 그 두 연구자들의 철학적 바탕의 결과를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은 혼동의 힘에 대항하여 발화자와 청취자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 여겼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측은 혼동을 주기 위한 최선의 방책을 강구하고, 그러면 다시 발화자와 청취자는 그때까지의 방책 중 최선의 것을 선택해 사용하는 식으로 계속되는 것이다. 이는 폰 노이만식 게임이다.
이에 관해서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은 속내를 알기 힘들지만, 비열하지는 않다.” 효율적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이 정직한 신을 다루는 것이라는 가정을 고지식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고지식할 필요도 있으며, 정직한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학에서 신념이 필요하다는 나의 말은 순수한 인과의 세계와 확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순전히 객관적이고 개별적인 관측이 제아무리 많다 해도 확률이라는 것이 타당한 개념임을 입증할 수는 없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논리학에서 귀납법은 귀납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베이컨의 논리학이기도 한 귀납 논리는 우리가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그에 입각하여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신념의 궁극적인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신의 솔직함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격언은 그 자체로 신념의 표명이라 말해 두어야겠다. 과학은 인간이 자유로이 신념을 가질 때에만 번성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이다. 외부로부터 강요된 신념은 신념이 아니며, 그러한 유사 신념에 의존하는 공동체는 건전하게 성장하는 과학의 결핍으로 마비되고, 궁극적으로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사이버네틱스는 우주의 자연적 엔트로피 증가 경향을 전제한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 그리고 기계는 피드백을 통한 학습 즉, 커뮤니케이션 작동을 통해 이와 반대방향으로 향한다는 것. 그런데 폰 노이만식 게임에서는 자연적 엔트로피 증가 경향과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혼란을 야기하는 현상이 있다. 메시지이론은 이 상황은 전제하지 않는다. 또한 확률적 방법이 타당하다는 것도 입증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은 정직하며, 순수한 확률이 지배하는 세계라는 것이라는 신념이 과학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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