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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3일 수요일

인터넷을 통한 현대사회의 재부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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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현대사회의 재부족화

학술자료 2008/01/02 14:34
2006년 2월 석사학위 논문

인터넷을 통한 현대사회의 재부족화
-맥루한의 미디어론의 재구성과 확장

정 수현


국문초록
현대사회는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라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며 이웃과의 단절이 당연시되는 삭막한 사회가 되었다. 이것은 근대 이후 활자와 인쇄에 따른 문자문화에 영향을 입은 바 크다. 인쇄는 개인간의 정보를 주고받고 통일되 있지 않던 언어를 통일시켜 근대국가를 성립시켰던 순기능을 분명 가지고 있었으나 인쇄로 인해 발달된 물질문명은 개인간의 단절과 전체주의 국가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인 구술시대에는 청각이 가장 우선시 되었으며 한 자리에 모여서 말로 의사소통을 하였으며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였고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는 내부 유대와 결속이 강하였다. 그리스 시대에는 공론장에서 각자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고 토론하고 합의에 이르는 바람직한 정치모델까지도 가능했다고 보여 진다.
그러나 활자가 발명되고 인쇄술의 보급으로 책이 널리 읽히게 되자 개인들은 한 자리에 모일 필요가 없어졌고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개인화되었다. 더 이상 공동체의 의미도 없었으며 논리적으로 증명되는 것만이 진리라고 인정되었다. 이처럼 문자와 인쇄의 발명은 인간의 의식이나 인간관계에 긍정적인 작용보다는 개인주의적이고 비타협적이며 지혜가 부족한 개인들만을 만들어 낸 부정적 작용이 더 많았다. 이에 맥루한은 이러한 문제를 “심오한 유기적 특성을 지닌 새로운 발명인 전기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중에서도 텔레비전이 인간의 감각균형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원시부족사회를 결합시켰던 총체적 감각을 되살려 지구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하면서 이것을 ‘재부족화’라고 하였다.
이러한 가능성은 인터넷을 포함함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더 커지게 되었다. 인터넷은 익명성, 전파성, 공감각적 성격으로 인해 인간관계를 친밀하게 만들고 소통의 기회를 높여 줄 수 있다. 남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컴퓨터에만 의존하는 컴퓨터중독자의 증가, 익명성에 의한 남에 대한 공격, 정보의 진위여부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파되는 일,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한 판단의 곤란등 문제점이 많지만 인터넷 공동체는 여론의 힘을 발휘하여 잘못된 일을 바로 잡거나 억울한 일을 해결해 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인터넷 게시판은 고대 그리스의 공론장처럼 아주 작은 개인들까지도 자기 목소리로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해주고 비록 순화되지 않은 언어일지라도 개인들이 자유롭게 소통과 토론과 합의를 향한 노력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토론을 통한 화해와 합의의 상태를 ‘재부족화’라고 부를 수 있다. 결국 인터넷 공론장이나 인터넷 공동체를 통해서 사람들이 ‘재부족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요점이다. 

 
키워드: 구술성, 문자성, 인쇄술, 인터넷 공동체, 사이버 공동체, 구술 시대, 문자 시대, 구술 문화, 문자 문화, 알파벳, 재부족화, 문명, 인터넷 문화, 디지털 미디어, 전자민주주의, 이폴리틱스


 
목      차

제1장 서                                                              1
  제1절 문제제기                                                        1
  제2절 논문의 구성                                                   11

제2장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15
제1절 구술어와 구술 공동체                                         15
  제2절 문자어와 문자 공동체                                         26

제3장 디지털문화                                                     32
  제1절 디지털 미디어                                                 32
  제2절 인터넷 공동체                                                 45

제4장 인터넷과 민주주의                                            59
  제1절 e-politics와 전자민주주의                                    60
  제2절 인터넷 공론장과 시민참여                                    67

제5장 결론                                                             87

참고문헌                                                                93
Abstract                                                                97
표  목  차

<표 3-1> 인쇄와 전기미디어의 비교                                     34
<표 3-2> 루이스 래펌의 문자문화와 전기?전자문화의 특징비교          35
<표 4-1> 18세기 부르주아 공론장의 개요                               71

그  림  목  차

<그림 3-1> 정체변화와 연속선                                           39
<그림 3-2> 현실공간과 사이버공간                                      41
<그림 3-3> 온라인공동체의 다양성                                      48



제 1 장  서  론

제1절 문제제기

2005년 11월 12일 한 비보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한 살 때부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던 8살 소년이 외조부모가 농사일을 하러 지방으로 떠나고 혼자 살다가 직접 기르던 개에 의하여 살해당한 소식이다.
이 사건 이전에도 독거 노인들이 사망 후 여러 날이 지나서야 이웃에 의해 발견되는 등 이웃의 무관심과 가족으로부터의 유기에 의한 인간관계의 단절은 이미 많이 목격되었지만 이 아이의 일기장에 어린 아이가 혼자 생활해 왔고 힘든 집안일까지도 했으며 전혀 어른의 손길이 닿지 않은 흔적이 보여 이번 독거 초등생 사망사건은 그 전의 사건보다 더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 준다. 이밖에도 고의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악플을 달며 시간을 소일하던 한 무직자 네티즌이 그 사이트에서 강제탈퇴, 접근금지를 시키고 경찰에 고발하자 외로움과 소외감이 극에 달해 자살한 사건도 현대인의 소외가 심각하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현대인들은 정치적으로도 무관심하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그 현상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 예는 선거일의 투표율1)을 보면 알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날씨가 좋거나 휴일전후에 투표일이 있을 때 투표를 덜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선거에의 무관심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사실 나이가 적던 많던 간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의 원인은 우선적으로 정치인들의 자기 이익추구만을 위한 행동, 지켜지지 않는 공약, 철새처럼 떠돌아 다니며 당을 옮기면서 오직 당선만을 목표로 하는 국회위원들, 여당이 되는 순간 모든 정책과 정치관의 변화를 보이는 야당 등에 대한 실망 때문에 생겨난 개인들의 정치에의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기술발달, 물질문명에 의존해 온 현대사회가 개인이 생활의 편리함만 쫓고 이웃과 단절을 하고 개인주의에 물들고 남에게 무관심하고 자기만을 돌보며 정치에는 무관심한 상태로 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외, 정치적 무관심 외에도 현대사회의 문제점은 많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밀폐형의 건축양식으로 인한 이웃과의 단절, 입시에 목숨 거는 아이들과 부모를 만드는 교육 제도, 양로원의 증가, 이혼으로 인한 가족 구조의 붕괴와 그에 따라 부모가 있음에도 보육원으로 보내지는 아이들의 증가, 생계를 위해 늘 바쁘게 뛰어 다녀야만 하는 사회구조 등이 대표적인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각박한 인간관계, 삭막한 사회현실 속에서 따듯한 인간관계의 회복의 징조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몇년 전 성덕 바우만의 골수 이식수술에서 보았듯이 전혀 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몸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또 텔레비전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사연을 방송하면서 ARS모금을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금에 참여한다. 예전에는 친족중심의 공동체이거나 한 마을에 대대로 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웃 사정을 쉽게 알아서 서로 도움을 쉽게 줄 수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산업사회와 기술의 발달, 직업의 분화 등으로 인해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게 되었다. 그래서 이웃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별로 중요치 않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의미의 친족과 이웃이 생겨날 조짐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이웃과 친족 형성에는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중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보인다. 전통적으로는 라디오, 신문, 텔레비전이 공동체의 형성, 인간 관계의 성격 등을 규정 짓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이제는 순식간에 퍼져 버리는 인터넷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되었다. 인터넷에 자신의 일기장이나 가족사진을 올려 놓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사생활을 공개하는 경우가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다. 한참 유행이 되고 있는 싸이월드나 블로그 등에서는 매일 매일 일기를 쓰고 본인사진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의 사진까지도 올리는 등 인터넷을 통해 아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내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 예로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토론을 하고 적극적인 정치행위를 하기도 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사회적 이슈가 생겨나면 기존 언론미디어에서 보도하지 않고 있을지라도 인터넷 토론방등에서는 열띤 토론아 진행되고 합의도출을 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 특히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긴급한 상황에 있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토론방에 그 이슈를 올려 다른 네티즌들에게 알리고 토론을 주도한다.2) 네티즌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열띤 공방을 벌이는 토론뿐만 아니라 정부에 청원하기 위한 서명운동, 오프라인의 촛불집회주도3), 중요 이슈에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온라인 모금4)까지도 이루어 낸다. 그래서 노충국씨 사건처럼 기존 언론이 외면했다가도 결국 인터넷 여론에 굴복해 기존 언론에서도 다루게 되고 정부측의 성의있는 개선책이 연구되기도 한다.5)
인터넷에 대한 논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의 미래사회에 대한 영향력에 있어서 낙관론과 비관론을 연구한다든지 정치면에서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과 참여 등이 민주주의의 발달에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의 논쟁6)이 주를 이루어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미디어를 단지 도구적 측면에서만 바라 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도구적 입장을 벗어나서 인터넷이 인간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때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단순한 도구적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개인의 감각, 의식, 인간관계,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미디어와 감각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 구술시대의 말은 청각과 관련되어 있고 문자시대의 인쇄물이나 책은 시각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라디오는 청각에, 텔레비젼은 청각과 시각에 관련되어 있고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는 시청각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텔레비젼과 같으나 쌍방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올라 선 감각을 보여 주며 시청각이외의 감각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7)도 보여 준다.
인간이 어떤 상황이나 현상을 파악할 때 감각은 중요한 도구가 된다. 현상 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감각보다는 두 개 이상의 감각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총체적으로 현상을 파악하려면 총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 오감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이 어우러질 때 현상파악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다. 그러므로 말이나 글 같은 단순한 미디어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같은 복합적인 미디어가 현상파악에 도움을 준다.
시대흐름에 따른 각 미디어들은 미디어마다 각각 중시하는 감각이 있고 그 감각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사고에 영향을 주었다. 미디어는 인간의 의식과 사고에 영향을 주어 의식변화를 가져 온 후 결국 인간관계나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러므로 미디어변동에 따른 인간의 감각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연구해 보면 공동체와 공동체내의 인간관계의 변화 나아가 정치와 사회의 변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가 감각의 변형을 가져오고 나아가 의식변화를 가져온다고 한 맥루한의 미디어론에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미디어의 변천에 따른 개인의 의식과 사회 변화를 추적하면서 그 중에서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개인의 의식변화, 인간관계의 변화, 그리고 정치와 사회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 났는 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맥루한은 미디어의 변동에 따라 인류의 역사를 4단계로 나누었다. “음성언어의 시대”, “문자의 시대”, “금속활자의 시대”, “전기?전자매체의 시대”가 그것이다. 또한 옹도 세 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제1구술문화시대”, “문자미디어 시대”, “제2구술문화시대”이다. 구술어 시대를 제외하고 시각의 이미지가 나타난 시대부터 셋으로 시대를 나눈 드브레도 있다. 드브레는 문자, 인쇄, 시청각의 세 이미지를 중심으로 셋으로 나누었다. 첫째는 문자의 발명에서부터 인쇄의 발명까지 이르는 로고스페르, 둘째는 인쇄술에서 컬러 텔레비젼이 시작하는 시기인 그라포스페르이며 셋째는 영상기기의 시대 비디오스페르이다. 이 각각의 시기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표8)로 나타내었다. 이 세가지 분류는 각각의 시기마다 내부적으로 긴밀한 연관 속에서 생활과 사고의 세계와 시각의 생태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독특하지만 정보를 얻는 데에 있어서 시각을 우선적인 것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이 논문에서는 맥루한의 분류를 근거로 구술어 시대, 문자어 시대, 전기전자매체(디지털 미디어)의 시대로 나누었다. 세 주요 미디어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의식변화, 개인간의 관계의 변화, 정책이나 정치의 변화를 연구하되 새로운 문화인 인터넷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하려 한다. 도구적 차원에서의 인터넷 연구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인하여 생겨나는 사회문화적 현상에 초점을 두고 인터넷을 바라보려 하며 이것이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연구태도로 생각된다.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 인터넷이 가져 올 문화는 개인의 소외를 부추길 뿐이고 개인의 성찰을 막아 결국 인간을 더 개인화, 파편화시키고 인간간의 소통의 단절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수 있는 반면에 소외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할 말을 할 수 있게 되며 제3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남의 아픔에 쉽게 동조하고 협력하는 세상이 되어 결국 인터넷 문화를 통해 비인간적이고 닫힌 문화가 사라지고 총체적인 감수성을 가진 제대로 된 인간이 사는 사회가 되고 진정한 인간 중심의 문명화된 사회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을 수 있다. 후자를 맥루한은 그의 책 『미디어의 이해』에서 ‘재부족화’9)라고 하였다. 그는 문자문화시대이후 고대 부족화시대의 부족 공동체가 사라지고 개인화, 파편화된 인간만 남은 상태를 ‘탈부족화’라고 하면서 이러한 ‘탈부족화’된 상황에서 고대 부족시대와 똑 같지는 않으나 비슷한 토론과 소통을 통한 친밀하고 인간성이 회복된 사회를 이루는 것을 ‘재부족화’라고 하였다.
인터넷이 인간 소외를 부추길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인터넷의 속성 중 다음의 세 가지 속성들에 그 근거를 놓고 있다. 첫째는 개인간의 친밀감이 우선시 되지 않는 그리하여 만나지 않고 문명의 기기 만에 의하여 소통하는 방식을 따르는 기술과 물질 우선주의이다. 둘째는 개똥녀 사건에서 보듯이  무차별적으로 남을 공격하거나 순화되지 않은 언어로 남을 상처 주는 행위를 만드는 익명성이다. 셋째는 사이버 상의 개인정보의 노출의 용이성이다.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오히려 늘 불안하게 생각하며 옆 사람을 의심하며 사는 등 인간관계가 더 단절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이 인간간의 소통과 합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는 다음과 같은 인터넷의 속성과 연결되어 논의되고 있다. 첫째는 인터넷이 가진 네트워크의 속성으로 대중들의 힘을 쉽게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60-70년대의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과 히피문화 등이 발달하던 시기에 시작되어 자유와 저항의 정신을 가지고 방사선이상으로 연결된 끊임없는 네트워크를 통해 대중들의 힘이 쉽게 결집될 수 있도록 해주어 대중들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둘째는 인터넷의 특성이 공유의 정신을 철학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인터넷은 공개시스템이며 분산성을 특징으로 한다. 지금도 완전 개방형 소프트 웨어 등이 있으며 오픈 소스운동10), 저작권에 대항하는 카피 레프트 운동11)등을 통해 공유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공유의 이런 정신은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된다. 셋째는 인터넷은 소통의 쌍방향성으로 인해 권력의 수직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만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의사소통이 이루어 진다. 이제는 정부는 권력자가 아니라 사회 각 부문의 유기적 역할을 관리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 논문의 문제의식은 “인터넷을 통한 현대사회의 재부족화는 가능한가?”를 미디어변화가 의식변화를 초래한다는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고대 부족사회와 비슷한 부족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여기서 ‘부족’이라는 개념은 고대 구술시대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다. 농경사회나 수렵사회와 같은 고대 부족사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평생 얼굴을 맞대고 살며 말로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그러므로 그 시대는 청각이 가장 중요하였다. 말과 청각에 의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항상 면대면 대화가 이루어졌으므로 구술에는 화자의 감정이 살아나고 말은 풍부함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식은 실존적이고 총체적이고 공감각적이었으며 공동체는 확실한 공통성을 가지고 있었다. 친족체제 속에서 구성원은 아주 친밀했으며 소통적이며 무엇이든지 토론과 합의를 하는 직접민주주의 같은 형태의 사회였다. 문자가 발명되고 인쇄기가 발명되고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인간관계는 기계와 더불어 형식적인 관계로 전락하였고 커뮤니케이션은 전화나 편지를 통하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 때는 문자 위주의 사회이므로 시각이 발달하였다. 인간은 개인화되었으며 친밀한 인간관계는 끊어지고 감성보다는 이성과 논리만을 중시하는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이 나오면서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용하는 동시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고대 부족사회와 같은 총체적 인식의 공동체가 되살아 날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하였다.
사회현상을 연구하려면 우선 인간 사고의 흐름을 연구해야 한다. 그 다음 인간관계를 연구하고 그에 따른 사회를 연구해야 한다. 개인과 인간관계에 주목하여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사회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예측방향과 해결책을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인간의 관계나 심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개인적 변화와 더불어 정책의 변화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가?" "그리하여 인간성이 회복되고 인간이 중시되는 새로운 문명을 가져올 수 있는가?" 를 연구하려고 한다. 인간의 관계가 친밀하게 되고 소통의 정치가 나오며 민주주의가 이룩되고 인간이 중시되는 문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재부족화라는 개념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인터넷통한 재부족화가 가능한가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인터넷이 정치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재부족화가 가능하려면 소통과 토의와 합의를 통한 정치체제가 있어야 하며 인터넷은 분명 소통의 도구며 장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정치12)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동체와 공론장이 필요하다. 고대 부족사회의 작은 규모의, 아주 친밀한 공동체 같은 그런 공동체는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 공동체들은 개인간의 취미나 친교를 위해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사회참여나 정치참여를 하기도 한다. 그것은 인터넷이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소통하는 것을 쉽게 해 주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치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론장이 활성화되어야 정부와 시민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인터넷은 공론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해 주는 공동체나 이슈에 대해 접근하고 관심사를 표출하여 토론과 합의를 이루는 공론장이 인터넷 내에서 가능한지 논의해 본다면 과연 인터넷이 정치체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재부족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문제의식을 정리하면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인터넷의 특성은 무엇이며 인터넷 문화의 특질은 무엇인가이다. 어떤 인터넷의 특성이 어떻게 인간 내부의 사고의 변화를 일으키며 그로 인하여 인간 관계나 사회 구조는 어떻게 변하나 하는 것이다.
둘째 인터넷을 통한 공동체가 소통과 토론과 합의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 회복의 공동체를 이루고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같은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운 정치를 이루는데 일조할 수 있을 까 하는 것이다. 구술문화시대에는 친밀하며 직접적이며 부족화된 공동체가 있었지만 문자문화시대에는 개인주의, 토론 없는 일방적인 정치, 소외된 시민들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탈부족화된 현상이 나타났다. 아직까지도 개인화, 파편화, 일방적인 정치 등이 성행하고 시민들의 의견표출과 의사소통이 완전히 자유스럽지 못한 탈부족화된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해 벌써 시민참여가 많이 이루어 졌고 정책이나 정치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부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직 규명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 출현이 가능한 지를 알아본다면 탈부족화를 벗어나 새로운 부족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탐색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인터넷 공동체를 통한 재부족화의 가능성을 연구하였다.
셋째 인터넷이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와 같은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토의민주주의가 제기되고 있다. 토의민주주의에서는 토론과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인터넷이 토론과 소통의 장의 역할을 하여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정치로 돌릴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인터넷 문화와 인터넷 정치를 연구하고자 한다.
넷째 인터넷이 시민들의 정치참여에 도움을 주는 지 그리고 인터넷 시민운동이 가능한 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정착되었으나 실제로 모든 개인들이 그것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상당 부분 대의민주주의라는 제도에 의한 것으로 사실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민주주의 하에서는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선거 때 뿐이었으며 정치가나 정부 또한 선거 때나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져 사실상 시민들은 정치에 소외되어 있었고 정책결정에도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젊은 사람들조차 시간을 따로 내서 어느 특정한 공간에 모여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인터넷의 속성인 익명성으로 인한 사이버테러의 위험, 신뢰와 책임을 지니지 못한 인간관계, 즉흥적인 말초적인 쾌락을 주는 속성으로 인해 복잡하고 성찰을 요하는 일에 대한 무관심, 특히 정치에의 무관심을 가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시민들의 정치참여에 중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시민운동은 그간 인터넷을 통하여 시민참여를 독려하여 선거나 정책간여에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낙선반대운동이나 탄핵 가결 반대운동, 노풍 등에서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인터넷 통한 시민운동이 가능한가 그리고 인터넷 시민운동이 시민사회를 이루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를 살피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는 의미에서도 중요성을 지닌다.
다섯째 정부는 어떠한 방식으로 인터넷 통한 전자민주주의를 이루려고 하는 지이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인터넷 이용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이용해 왔다. NEIS13)의 시행, 전자주민증제도의 시행 예정, 부재자 온라인 투표의 시행, 인터넷 통한 국회의원 후보 정견발표, 온라인 인구 총 조사, 각종 민원 서류의 온라인 발급 등 정부나 정치권도 인터넷을 많이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 뒤에는 개인정보의 유출, 정확하지 않은 사실의 남발, 정부의 개인에 대한 통제 등에 대한 염려 때문에 많은 반대가 있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어떠한 방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인터넷 문화에 대응하며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를 이루려고 하는 지도 연구하여 바람직한 사회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위와 같은 다섯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나의 생활 현상이 되어 버린 인터넷 문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터넷과 정치와의 관계를 규명하여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문자문화의 범람으로 극도로 개인화, 파편화된 인간, 객관성, 합리성만 추구하는 건조한 인간관계, 국가와 개인의 극단 대립과 인간을 하나의 도구로 파악하여 감시, 견제하고 이용하려는 국가의 문제점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지, 그래서 결국 인간이 문명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사회의 완성을 위해 인터넷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지 알아 보는 데에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 또한 개인을 중시하고 인간의 총체적 감수성을 회복하는 재부족화가 왜 이루어져야 하는지 규명하고 재부족화가 일어나는 데에 인터넷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알아 보는 데에 최종 목적이 있다.

제 2 절 논문의 구성

이 논문은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와, 디지털문화, 인터넷과 민주주의로 구성된다.

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인터넷 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개인의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으며 어떻게 공동체를 구성하여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쳤나를 보려면 우선 이 새로운 미디어의 특성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구술어의 특징과 문자어의 특징을 연구하여 구술어와 문자어와 인터넷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 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선 구술어와 문자어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구술시대에 대한 연구는 주로 맥루한과 옹의 논의를 중심으로 하였다. 먼저 옹의 논의는 그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구술문화에 대해 언급한 구술문화의 사고의 특징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맥루한이 ‘미디어의 이해’에서 구어에 대해 언급한 것을 구술문화의 특징에 맞추어 논의하였다. 다음으로 문자문화시대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알파벳이 발명되고 인쇄기가 발명되면서 인간 사이의 모임형성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어떻게 소통하였는지를 미디어적 관점에서 연구하였다. 처음에는 필사본들이 말의 부속물로 여겨졌고 의사소통을 하기에는 믿음직스럽지 않은 미디어로 여겨졌다는 맥루한의 논의를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를 참고로 문자가 발명되고 인쇄가 보편화되면서 문자가 어떻게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어떻게 사람을 결집시키고 분해시켰는지 연구하고 그래서 그에 따른 근대 사회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연구하였다.

나. 디지털문화

디지털문화는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미디어 부분에서는 사이버공간과 인터넷 문화를 주로 다루었다. 인터넷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서의 특징을 연구하고 상호작용하는데 있어서 나타나는 특징도 연구하였다. 사이버공간에서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특성을 비교분석하고 익명성, 공개성, 상호작용성, 방향성등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사이버 공간에 관한 기존의 이론적 시각의 검토를 함으로써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하여 구성되는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구성한다. 인터넷 문화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면서 문화의 형성, 문화의 특성에 초점을 두고 문화의 전파에 따른 문제점등을 연구하였다. 인터넷 문화가 구성되는 데에 큰 공헌을 한 여러 가지 인터넷의 특성 중 익명성, 개방성과 다양성, 초월성과 가상성, 전파성, 보편성을 연구하였다. 사이버 공간은 컴퓨터의 통신망이라는 미디어적인 성질 외에 사람들 간의 접촉을 도와주는 통로로서 사람들의 연결망으로서의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의 문화는 현실공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파된다. 인터넷은 떨어져 있거나 동시에 접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의 접촉과 의사소통을 원할히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 간에 이해와 관심을 공유할 수 있게 도와 준다. 시간의 제약을 없애주어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접속하여 쉽고 빠르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해 준다.
인터넷 공동체 부분에서는 인터넷 공동체의 발생과 정의와 특징에 대해 연구하였다. 아울러 인터넷 공동체가 정치에 어떻게 영향력을 가지나 연구하기 위해 인터넷 공동체의 사례를 연구하였다. 인터넷 공동체에서 사회적 질서를 잘 유지하기 위해 쓰여지는 전략, 기술등에 관한 연구는 마크 스미스의 책 ‘사이버 공간과 공동체’를 참고로 하였다. 이론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사례연구를 통해 경험적인 분석도 병행하고자 하였다.

다. 인터넷과 민주주의

이 부분은 e-politics와 전자민주주의와 인터넷공론장과 시민참여의 두 파트로 나누었다. 여기서는 인터넷의 미디어로서의 여러 가지 특성에 힘입어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생활, 특히 정치면에 어떻게 작용하였나를 보고자 하였다. 국가나 정당 등 정부관련기관에서의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에 대해 연구한 부분이 e-politics와 전자민주주의이며 그 다음 시민들, 특히 네티즌들이 어떻게 인터넷을 이용하여 정치에 참여했느냐를 다룬 것이 인터넷 공론장과 시민참여부분이다. 국가기관이나 정당, 국회위원후보들도 인터넷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을 정치에 이용하려고 오랜 시간 노력해 왔다. 특히 정책의 홍보가 필요하거나 선거운동 시에는 인터넷이 좋은 홍보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왜냐하면 시공간의 제약이 없이 전파될 수 있으며 전파속도가 뛰어나고 연결성이 강하며 개방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홍보, 여론조사, 투표, 선거 등을 전자미디어를 이용하여 행하는 협의의 전자민주주의14)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도 사례를 통해 연구하고 국가가 전자민주주의를 이루려고 하는 사례를 분석하였다. NEIS라고 불리는 교육정보행정시스템과 전자주민증제도,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을 그 예로 택하였다.
인터넷을 시민의 의사가 정부에 전달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장인 인터넷 공론장을 민주주의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았다. 과거의 우리나라는 신문이나 TV와 같은 대중미디어가 여론을 주도하곤 했지만 사실 진정한 시민의 의사가 전달되고 반영되는 데는 거리가 있었다. 인터넷이 나오고 대중화됨에 따라 국가와 시민간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설득과 소통을 통해 진정한 합의에 도달하고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으려면 언로가 필요하다. 고대그리스 시대 아고라는 아니더라도 직접민주주의의 이상을 쫓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터넷 공론장 그중에서도 큰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이다. 게시판은 이슈에 대한 즉각적인 토론이 가능하고 다양한 의견이 동시에 나올 수 있으며 온라인 서명을 받아 결집된 힘을 정부에 보여주거나 오프라인 시위를 주도하여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발적인 온라인 언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노충국사건’과 ‘국민연금 논란’을 분석하였다.


제 2 장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제 1 절 구술어와 구술 공동체

인간의 오감15)중에서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간 역할을 하는 미디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청각과 시각이다. 그 중 시각보다는 청각이 더 원초적 본능이다. 아기는 시각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부터 청각은 민감하며 글자보다는 말을 먼저 배운다. 그래서 음악을 틀어 주면 몸을 움직이는 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시각은 늦게 발달하여서 생후 1개월이 지나도 흑백밖에는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 영어교육에 대해서 말하는 많은 학자들은 13세 이전에만 LAD16)라는 언어습득장치가 있어서 그 나이가 지나면 언어습득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을 전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와 듣기, 특히 말하기에 중점을 두어 말하는 것이다. LAD에 근거를 하든 실제로 성인의 언어공부를 보든 성인은 시각을 이용한 언어공부(문법, 독해)는 쉽게 할 수 있으나 말하기와 청각을 이용한 듣기는 완성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말하기와 듣기가 더 원초적이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어린 시절에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완벽하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목소리에 대한 다음 의견도 시각보다는 청각이 더 본능적이며 신뢰성이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목소리는 몸에서 가장 늦게 늙는 부분 중 하나라지요. 목소리는 세월의 풍파를 겪어내고도 가장 길게 살아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르시스에 대한 요정 에코의 사랑은 받아 들여지지 못 했지요. 상심한 에코가 슬픔으로 점점 야위어 가다가 결국 남게 된 것은 오로지 목소리뿐이었습니다. 눈은 자주 속지만, 귀는 더 진실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목소리는 종종 정체성이나 본질자체를 상징하기까지 하지요.17)

청각이 중요시 되었던 시대로 대표적인 시대는 고대 부족사회로 그 때에는 구술어가 중요한 의사 표현수단이었다. 구술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구술어는 직접 마주 한 상황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대인관계의 형성과 발전을 쉽게 해주었으며, 공동체가 쉽게 이루어지는데 일조하였고 그안의 구성원은 매우 친밀하였다. 구술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다양한 의사소통상황에서 일어나고 개인사이의 의사소통을 쉽게 해 주었다. 문자가 존재하기 이전의 사람들은 구술어를 기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였다. 그 언어를 기억하기 위해 그 언어는 강렬하고 리드미컬하거나 반복이나 대구 등의 특징 등이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술어는 불완전하게 기억되었으며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구술어는 표현의 양식이기도 했지만 사고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옹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구술어의 특징과 그에 따른 사고방식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18)
(1) 종속적이라기보다는 첨가적이다. : 구술문화는 복문보다는 중문을 선호한다. 여기서 문장은 논리적 인과관계에 따라 짜여지기보다는,?and'를 통해 첨가되는 경향이 있다. 구술문화의 텍스트가 화용론적으로 조립된다면, 쓰기문화의 텍스트는 통사론적으로 조립되어, 훨씬 더 분석적, 추론적이다.  ‘and'로 계속 이어지는 첨가적인 문장은 내용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게 해 준다. 소리와 청각을 통해 실존적이고 총체적인 감각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2) 분석적이기보다는 집합적이다. : 구술문화는 문표현의 선택에서 표준화된 정형구를 선호한다. 하나의 표현을 선택할 때 그와 연관된 다른 낱말들이 집합적으로 도입된다. 그런 문화에서 ?공주?는 늘 ?아름다운 공주?가 되고, ?병사‘ 늘 ?용맹한 병사?가 되고, ?참나무?는 늘 ?단단한 참나무?가 된다. 
(3) 장황하고 다변적이다. : 구술적 발화는 말하는 순간 사라지는 특성이 있기에 장황하고 다변적인 특징이 있다. 이것이 구술적 상황에서 정보전달에 필요한 잉여성을 확보해주고, 기억에 의존해 즉흥적으로 말하는 이로 하여금 이어질 사고를 끄집어내는 데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준다.
(4)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다. : 구술문화에서 개념화된 지식은 소리 내어 반복되지 않으면 바로 사라져 버린다. 지적인 경험들은 구술을 통해 정신을 이루는데, 이 정신은 매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틀 취하게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전문적 지식을 갖춘 노인들이 높이 평가된다.
(5) 생활세계에 밀착되어 있다. : 쓰기는 생활경험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식을 구조화한다. 하지만 구술문화는 모든 지식을 인간 생활세계에 밀접하게 관련시키는 방식으로 개념화하고 언어화한다. 구술문화는 인간의 행동과 동떨어진 중립적인 통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구술어를 통해 사고가 개인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사고의 형태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사고 자체도 친숙한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된다.
(6) 논쟁적인 어조가 강하다. : 쓰기는 아는 주체를 알려지는 객체로부터 떼어놓는다. 반면 구술성은 지식을 인간 생활세계 속에 파묻힌 채로 놓아둠으로써 지식을 사람들의 투쟁 상황 속에 놓아둔다. 여기서 속담이나 수수께끼를 말하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게 아니고 언어로 상대방과 지적 대결을 하기 위한 것이다.
(7) 거리유지보다는 감정 이입적, 참여적이다. : 쓰기는 알리는 사람과 알려지는 사람을 분리한다. 하지만 구술문화에서 연행자는 자신을 늘 연행되는 대상과 일체화한다. 시인은 마치 자신이 아킬레우스나 오딧세우스의 ?혼?과 하나가 된 것처럼 느끼고, 마치 영매처럼 종종 1인칭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는 듣는 이들도 마찬가지여서, 연행의 현장에서 그들은 하나의 ‘혼’을 공유하게 된다.
(8) 항상성이 있다. : 구술사회는 이미 현재와 관련이 없어진 기억을 버림으로 해서 균형상태 혹은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현재 속에서 영위된다. 이 문화는 단어의 정의에 무관심하다. 단어의 의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나, 과거의 의미는 더 이상 기억되지 않고, 낱말의 의미는 늘 현재에서 나온다. 현재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잃은 과거는 기억에서 사라진다.  구술문화에는 이렇게 ?구조적인 기억상실?이 있다.
(9) 상황의존적이다. :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에서도 그랬듯이, 구술문화에서는 상황의존적이고 조작적인 준거틀에서 개념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준거틀은 사람의 생활세계에 밀착해 있다는 의미에서 추상의 정도가 매우 적다. 여기서 개념은 나무랄 데 없는 추상적 정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그것이 발휘하는 용도로 이해된다.
맥루한은 “하나의 감각을 분리시키는 것과 집단으로부터 개인을 분리시키는 것은 표음문자의 영향이다. 구어는 개인주의를 확대시키거나 증폭시키지 않는다. 스피치라면 그때의 상황에 따라 반응하게 되며 자기의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도 목소리의 고저와 동작으로 전문화된 행위가 되기 쉬우므로 이 경우 반응의 기회, 혹은 반응에의 욕구는 거의 없다. 문자문화의 인간 또는 사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비문자문화의 인간, 또는 사회가 경험하는 감정, 혹은 정서적 관여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당히 분리되어 행동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달시킨다.”라고 말하였다.19) 맥루한의 이 말은 구술어는 개인화를 시키지 않으며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특징이 있다는 말이다.
구술어에 바탕을 둔 구술문화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첫 번째, 구술문화 사회에서는 모여서 말을 나누고 얘기를 듣는 것이 아주 중요하였다. 구술어는 청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청중들은 친밀도가 아주 높았으며 모임으로써 모든 감각을 한꺼번에 사용하여 인식하고 소통하였다. 두 번째, 구술문화사회에서는 지식과 지혜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하여 전달되었다. 이러한 문화에서 배움의 과정은 인생의 선배, 즉 연장자에게서 기술과 지식과 지혜를 전수받는 것이었다. 마치 중세 도제 제도에 의해 한 부문의 대가 밑에 들어가 그의 행동과 말을 배우는 것 같은 형식이다. 여기에서는 우리가 할머니를 통하여 어느 정도는 정형화된 옛날이야기나 속담 등을 통하여 지식을 전달받았듯이 연장자에게서 말로 교육을 받았다. 그 때문에 마을의 연장자들이 사회의 지식을 저장한 보고의 역할을 함으로 존경을 받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혜가 소중히 여겨졌고 연장자가 존중을 받았다. 세 번째, 구술문화에서는 모든 것이 기억되어야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가 있었다. 그래서 누구나 청각을 이용해서 잘 듣고 기억해야만 했다. 그래서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20)이 존중을 받았다. 네 번째, 그 시대에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세대와 세대를 거치면서 구전되면서 이야기는 내용이 겹치고 각색되고 하여서 원래는 내용과는 많이 다른 내용의 이야기가 전달되기도 하였다. 다섯 번째, 구술어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분위기와 합쳐져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가 지금 일어나는 일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주며 구술문화는 나와 공동체의 분리, 사고와 행동의 분리, 행위와 텍스트의 분리, 주체와 객체의 분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특징을 보여 준다.21) 그리하여 사회는 공동체 전체가 하나를 이루는 부족화(tribalization)현상22)이 발생한다.
도시국가이전시대에 쓰여진 호메로스의 시는 문자 사용 이전의 시대를 묘사하기 때문에 문자 사용 이전 시대 즉 구술시대의 특징을 추정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호메로스시대에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말이 중요하였다. 호메로스의 글은 기원전 8세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당시에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구두로 전해지다가 후에 글로 남겨진 것이라고 보아진다. ‘일리어드’와 ‘오디세이아’는 영웅을 노래한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구전되면서 여러 이야기가 겹쳐지고 접목되어 호메로스라는 위대한 시인에 의해 서사시로 창조되었다. 이 이야기들을 구전해 온 사람들은 가수이며 동시에 시인인 음유시인들이었다. 음유시인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거나 서사시를 각색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자여야 했다. 그들은 독자가 아닌 청중을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 호메로스의 시에서는 말의 무게가 여러 번 강조되었다. 영웅들이 욕설을 주고받을 때 말 안에 행위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위협 또한 말 안에서 실현된다.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아내 브리세이스를 빼앗은 아가멤논에게 한 말을 보면 다음과 같다.

그렇다! 나는 너에게 선언하며, 맹세하오니,
-이 지팡이는 나의 증인이 되어 더 이상 잎사귀도 잔가지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아카이아의 모든 아들들이 나 아킬레우스의 회한을
뼈저리게 느낄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가
될 것이며, 살인자 헥토르의 손에 수백 명이 죽어 갈 것이다.23) 

이 말은 ‘일리어드’의 다음 장에서 그대로 실행된다. 말은 이처럼 효력이나 설득력을 지닐 뿐 아니라 행동을 대체하기도 한다. 말로 싸움이 멈춰지기도 한다. 말이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졌던 이 시대는 스스로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높이 평가되었으며 달변가들이 민회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민회는 모든 사람들이 수월하게 때로는 자발적으로 모여 들었다. 호메로스의 글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발언권을 가지고 사방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소수의 권력자만이 발언했다는 의견도 있으나 매우 드물게 군중들이 의사를 밝혀 권력자의 결정을 바꿀 수 있었다는 심증을 갖게 하는 흔적들이 있다. 이것은 현대의 토의민주주의의 원형이 될 수 있다.
이타카 섬의 멘토르가 민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구혼자들의 반대편에 설 것을 촉구했는데,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멘토르의 청이 받아졌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리어드’에 나오는 트로이 민회의 군중들도 헥토르에게는 우호적이었으나 민회를 소집한 왕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드물기는 하지만 청중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었거나, 귀족들의 결정에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몇몇 예에서 이미 민주정치의 싹이 태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24)
그리스시대는 고대 부족사회는 아니나 아직 문자보다는 말이 중요시되었던 사회이다. 기원전 8세기경부터 그리스전역에 걸쳐 형성되기 시작하였던 도시국가 내에서는 말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도시국가의 탄생시기에 쓰여 졌던25) 호메로스의 시에서도 말의 비중이 컸지만 이 비중은 점점 커져 말은 나라의 정치를 좌우하는 권력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이 시대에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던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소피스트들과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을 들 수 있겠다.
소피스트들은 언어나 언어기술을 많이 가르쳤던 아테네에서 인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테네에서는 언어와 언어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났으며 말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말 잘하는 법이 수사학으로 발전되었고 소피스트들이 수사학의 대가가 되었다. 그러나 플라톤은 소피스트들이 정의와 진실을 다루지 않으며 알맹이가 빠진 비법만을 가르친다고 비판26)하였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박하면서 다음과 같이 수사학의 훈련과 사용을 정당화하였다.27)  첫째로, 진실은 허위보다 더 많은 설득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옳은 소송인들이 틀린 상대방과의 소송에서 지는 이유는 그들의 기술적인 무지때문이며 상대방은 훨씬 경험이 많거나 훨씬 능란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출발점에 이론의 여지가 있었다 해도 - ‘진실’ 그 자체로 설득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 다음에 오는 추론은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고 하였다.  두 번째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청중에게 알맞은 연설을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전문가는 비전문가에게 명확한 언어로 말하는 방법을 알고 또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주장을 미리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 번째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것은 수치스러워 하면서, 말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을 수치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부조리한 일이다. 왜냐하면 말을 사용하는 것이 육체를 사용하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에서 그의 언어에 대한 분명한 관심을 볼 수가 있다. 소크라테스조차도 자기의 철학적 이론을 전혀 글로 쓰지 않았으며 제자인 플라톤이 자기 저서에 소크라테스의 말과 철학을 기록하였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 철학함이 대화하는 것이며 그의 철학 사상을 계승한 플라톤도 자신의 철학을 문자화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대화편이며 대화편을 통해 소크라테스적 대화를 생생하게 표현하려고 시도 하였다. 또 플라톤은 그의 철학적 주제인 기억, 영혼, 에로스가 말과 글의 매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플라톤에 의하면 참 지식을 알기 위해선 글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 말은 영혼 깊숙이 있는 앎을 기억으로부터 상기시켜 대화 당사자들을 진리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논의는 면대면 의사소통의 역동성과 실재성을 강조하고 있다.28) 이러한 ‘파이드로스’의 문자비판부분은 맥루한, 옹 등의 매체결정론자들의 논의의 시발점이 되었다.
플라톤의 “대화편”중 ‘프로타고라스’편에는 프로타고라스가 신화를 통하여 미덕을 가르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는 이론이 있다.

인간이 신의 능력의 일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신을 섬기게 되어 제단을 짓고, 신의 형상을 새겼다. 인간은 음절로 구분된 소리와 단어를 발음할 수 있었으며 집, 옷, 이불을 만들고 땅에서 자라는 양식을 찾아냈다. 인간은 이런 것들을 갖추었지만 처음에는 흩어져 살았으므로, 도시라는 것이 없었다. …중략 … 정치의 일부인 전쟁술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모여 살기로 했고, 방어를 위해 도시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일단 모여 살게 되자, 정치가 없는 관계로, 그들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다시 흩어지기 시작했고, 죽어가게 되었다.29)

여기서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신과도 소통할 수 있었고 개인 간에 소통이 가능하였으나 진정한 정치만이 그들을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모여 있기만 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은 아니며 죽이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면 진정한 소통을 바탕에 둔 정치30)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들에게도 말이 중요하였다. 이 시대의 정치가는 제안을 통해 민회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거나 현직 행정관들 같은 인물이었다. 그들의 권력은 민회가 결정을 내릴 때 자기의 견해와 같도록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대중 앞에서 자기 의견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이 꼭 필요했다.
도시국가들은 기원전 8세기에 발명된 문자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문자 해독은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그리스 도시국가내에서는 여전히 구술적인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졌다. 그 대표적인 공간으로 아고라, 성소31), 극장, 김나지온32)등을 들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아고라와 극장을 연구해 보았다.
아고라는 상업적, 종교적, 정치적 장소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중심지였으며 여기에서 시민들은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또는 새로운 소식을 듣거나 서로 대화를 하거나 정치에 참여하였다. 아고라는 단순히 대화만 하거나 정보만 얻는 곳이 아니고 토론의 장이기도 했다. 웅변가들은 다수의 사람들이 자기의 말에 귀 기울이도록 노력했다. 민회가 끝난 후 사람들이 자주 모였다. 데모스테네스는 이 집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33)

아이스키네스는 자주 연설을 했다. 그러나 민회가 소집되면, 사람들은 누구를 연사로 세울지 검토했다. 사실상 상황은 아직 불안정하고, 미래는 불투명했기 때문에 아고라에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종류의 화제들이 오갔다.

아고라는 정보교환과 토론 등의 긍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뜬소문을 퍼뜨리거나 남을 괴롭히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현대의 인터넷과 비슷하기도 하다. 후에 아고라의 정치적 기능은 줄어들고 상업적 기능만 커졌으며 원래는 도시국가의 거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였으나 도시국가의 쇠퇴와 함께 쇠퇴되었다.
극장은 도시국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연극으로 공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회기관이었다. 정치상황에서 소재를 얻고 민주주의의 운영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정치가들이나 정치도덕에 대한 극을 공연하였고 관객들은 능동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정치에 모든 시민들이 관여하였다. 이 극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대사이고 그에 대한 반응 또한 말로 이루어졌으므로 이 극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말이 제일 중요한 요소였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구술문화 공동체의 예로는 고대 부족사회와 그리스 도시국가 사회를 들 수 있겠다. 고대 부족사회는 씨족 중심의 공동체 사회였다. 그 사회가 말과 청각이 중심이 되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시대는 문자발명 전인 시대이다. 약간의 그림을 통한 의사전달도 하긴 하였지만 그림을 그릴만한 도구나 면(面)을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그림문자를 그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들었을 뿐 아니라 공통적인 교육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무나 그림문자를 해독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그림문자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필요한 것들은 말로 전달되었다. 둘째 이 시대는 전반적으로 사냥이 위주가 된 동적인 사회이다. 외부활동이 주를 이루는 이런 사회에서는 말로 모든 것이 전달되었으며 북소리나 타악기 등이 하나의 신호가 되어 집단적인 행동이 가능하였다.
셋째 이 시대는 샤머니즘이 주를 이루었다. 집단의식이나 제사도 많이 치러졌다. 그에 따라 의식을 치루기 위한 제사장의 주술문, 춤의 흥을 돋우기 위한 북소리나 악기소리 등이 중요하였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서 말과 청각이 중요했으며 그래서 나타난 공동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정보나 지식은 말을 통해 서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끼리는 무척 친밀하였고 그에 따라 남의 기쁨에 같이 기뻐하고 남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는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34) 둘째 많은 지식과 지혜가 노인에게서 젊은 사람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마을의 연장자들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다. 셋째 말을 듣기 위해 공동체 전원이 한 자리에 잘 모였다. 다 같이 모여서 말을 하고 정보를 들었으며 때론 어떤 말이나 연설에 감동을 받아 흥분하여 동화되기도 하고 열정적인 참여의식을 가지기도 하였다.35)
문자발명이전에도 그림 문자는 있었지만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는 구술어가 사용되었다. 문자가 나오면서 대다수 시민들이 문자를 알게 되고 간단한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으나 문자가 금방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였다. 알파벳과 같은 표음문자의 발명은 구술문화와는 다른 문화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15세기 말 인쇄기 발명 이후에는 완전한 시각 중심의 문자문화만의 시대가 되고 인간의 문명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제 2 절 문자어와 문자 공동체

인류가 부족을 이루고  폐쇄된 사회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의사소통은 구술어 만으로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차츰 사회의 구조가 확대되고, 생활의 범위가 다양화함에 따라 시간적으로 오래 보존될 수 없고, 공간적으로 다른 지역에 전달하기가 어려운 구술어 만으로는 충분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인류는 기억과 전달을 위한 보조적 방법을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그림과 기호 등을 이용하다가 마침내 문자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금방 문자가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고 그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자는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큰 발명품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문자는 문명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문명이 만들어 지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 도시생활을 가능하게 하였다. 도시의 출현은 분업을 가져 왔고 분업은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여 인간의 개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셋째, 인류의 발달을 가속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과거 기억력에만 의존하던 시대에서 해방되었고 음성이 들리는 거리에서만 가능하던 커뮤니케이션에서 해방되어 서로 보고 듣지 않아도 생각이나 느낌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넷째, 체계적인 교육과 학문을 위한 학교의 설립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문자가 발명되었지만 처음에는 별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문자문화는 오랫동안 발달되지 못하다가 산업혁명의 결과로 인쇄기가 발명되면서 인쇄에 의한 글의 범람으로 비로소 문자문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인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손으로 직접 글을 베껴서 책을 만들어 글을 읽어야 하는 필사본이 있었다. 필사본은 대개 노래하는 유형으로 글이 기록되어 있었고 한 사람이 여러 사람 앞에서 낭독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이는 문어라기보다는 구어에 가까운 상태였다. 이때까지는 필사본들은 말의 부속물로 여겨졌고, 게다가 의사소통을 하기에 말보다 덜 믿음직한 미디어로 여겨졌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필사본을 홀로 읽게 될 때에도 항상 큰 소리로 읽었다. 이는 인간의 감각 중에서 시각보다는 청각을 더 우월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인쇄가 시작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은 청각과 결별하고 본격적으로 시각적으로 된다.
문자는 문명이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인류 문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지만, 선형성, 논리성 등의 고유의 특성으로 사람들이 개인화, 파편화시키고 공동체의 존립을 위태하게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구술시대에는 편지도 리더가 부족민들에게 읽어 줄 정도로 모두 청각에 의존하였으나 사고와 표현 면에 있어 오래 지속되어 온 청각의 우위는 문자와 인쇄 때문에 시각의 우위로 바뀌었다. 청각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시각기관을 이용한 책읽기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되었을 뿐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과 논리적 지식이 강조되었다. 그에 따른 이데올로기도 생겨났다.
알파벳과 인쇄술의 발명이 구술문화로부터 사고의 영역들을 분리시켰다. 문자는 구술 시대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통신수단이 되었고 친밀한 인간관계와 유대는 끊어졌다. 거리나 같은 시대의 인물임에 상관없이 직접적 상호작용의 필요도 없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사람들, 수 세기전의 사람들의 메시지가 문자로 표현되어 전달되었다. 사람들은 그 문자를 수용하기 위해서 해석과 번역, 문법, 사전 등의 모든 언어학적 방법론의 기술을 만들어 내었다. 사람들은 인쇄된 문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로에게 이야기했다. 인쇄는 소리를 억제하고 약하게 하며 인간의 말을 생명 없는 상징으로 만들었다. 사람들 간의 계약에서는 서면 계약이 중요하고 구두협약은 효력이 없었다. 인쇄물을 읽는 것은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활동임에도 훨씬 강력한 것이 되었다. 인쇄는 사람과 사람들을 분리시키고, 개인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결국 인쇄를 통해 말이 개인의 것으로 사유화되었고, 팔고 살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구술문화에서는 이야기, 설화, 시, 격언들은 모두 집단적으로 공유되었고 땅과 하늘이 모두의 것이듯이, 이야기되는 모든 것은 공동체의 것이었다. 그러나 문자문화에서는 이러한 것들은 소유하고 팔고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이 되었다. 인간의 언어는 상품상태로 전락되었다. 또한 문자문화에서는 문자는 해석과 번역 그리고 전이, 보급, 보존을 통해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하며 장소나 시간의 특수성을 떠나 동일해야 했기 때문에 문자는 담론의 탈맥락화라는 특별한 요구와 함께 나타났으며 전체화를 향한 노력이 같이 나타났다. 그 결과로 전체적인 통제와 전체에 대한 요구가 모든 곳에 동일한 의미를 설정하고자 하는 보편성과 연결되어 전체주의적 보편성이 문자문화의 특징이 되었다.36)
구술문화시대는 인간의 문화의 다원성이 살아 있었지만 문자문화시대가 되면서 표음문자가 선형적인 논리적 일관성 속에 인간을 가두게 되었다. 대상으로부터 분리된 시각관찰자는 알파벳과 인쇄술을 통해 세상을 텍스트처럼 한 자 한 자 읽어나가기 때문에 우리의 사고를 선형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문자의 발명으로 인한 시각의 분리효과는 나를 외적 객관적 세계와 떨어져 성찰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여 준다. 그러나 이러한 성찰은 긍정적 방향의 성찰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자기만의 생각과 일에 몰두하여 남을 돌아 볼 여유가 없는 개인주의적인 성찰이었다. 구술문화시대에 있었던 유기적 전체성, 관심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 육체와 정신이 통합을 이룬 가운데 얻어지는 조화로운 지혜는 문자문화시대가 되면서 사라졌다.37) 문자문화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만들었다. 글을 쓰거나, 씌어진 글을 읽는 독서 행위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추구되었다. 그 결과 인간은 내성적이며 이성적이며 개인적인 존재로 변화하였다. 이것을 맥루한은 ‘탈부족화’라고 말하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언급하였다. “부족사회가 문자문화적으로 되면 사회집단과 가족 그룹의 상호관련으로부터 정서적, 공동체적인 감정의 대부분이 불식되고 말 것이다. 부족의 사람은 부족의 정서에서 자유로이 이탈되어 문명의 혜택을 입는 개인이 된다. 즉 문명화된 다른 모든 개인과 동일한 태도, 관습과, 권리를 가진 시각사회의 인간이 된다.”38) 그러면서 맥루한은 다음과 같이 문자문화를 비판하였다.39) 민족의 통합을 이상으로 꿈꿔 온 서구인들에게 가장 장벽이 되는 것이 문자문자였으며 그들은 인간의 차별문제에 대해서 시각적인 해결을 꿈꾸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구인들은 남녀차별을 없애는 방법으로 남성과 여성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패한 것에서 추론해 본다면 문자문화사회는 모든 문제를 획일성과 사회적 동질화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였다.
플라톤은 문화사적 관점에서 그리스에서 말 중심사회에서 글 중심사회로 이행하는 것을 보고 ‘파이드로스’를 통해 문자를 비판하였다. ‘파이드로스’는 우선 문자의 발명과 관련된 신화로 시작한다. 이집트의 신 Theuth가 문자를 발명해서는 신들의 신인 Thamos에게 가서 모든 사람들이 이 발명품을 사용하도록 해야겠다고 하나 문자의 효용을 둘러싸고 둘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보인다. Theuth는 사람들이 문자를 익히면 보다 지혜롭고 기억을 잘할 것이라고 하나 Thamos는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망각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안으로의 기억을 훈련시키기 보다는 바깥으로부터의 기호에 의존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40)  Thamos의 입장이 플라톤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에 이어지는 파이드로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에서는 문자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기억해 내는 버팀목일 뿐이라고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란 참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지혜로운 사람을 말하며 직접적인 가르침에 의하여 교육받은 사람이라고 언급하고 있다.41)
문자와 인쇄의 발달로 여러 가지 폐해가 있기는 했으나 문자와 인쇄가 인류 문명에 도움이 된 면도 있다. 문자어는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에 의해 민족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공헌하였다. 앤더슨은 문자와 인쇄의 발달로 지방어에 입각한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면서 근대의 민족국가가 형성되었으며 신문의 발간을 중요한 변수로 간주하고 일반인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신문을  통해 자신들이 하나의 상상된 공동체내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하였다.42) 하버마스도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인쇄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신문을 민족국가형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으며 대중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뉴스를 다른 사람들과 공통으로 알게 되어 내가 곧 사회의 일원이라는 우리의식과 여론이 성립되어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게 될 수 있게 ?다는 의미에서 신문을 근대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이와 같이 근대 문자문화가 개인주의와 민족의 형성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의 발달에 기여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소통과 생명력을 높이는 정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개인과 국가간에 충돌이 많이 발생하였으며 그 해결방식은 권력이었다. 또 추상적 개념과 논리적 지식의 발달로 이데올로기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국가가 성립되었으며 전체주의적 국가까지 성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론적으로 문자 문화의 공동체는 같은 언어의 사용을 통해 상상된 민족의 공동체였다. 그러나 문자의 논리적, 선형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전체국가로 변모될 수 있는 위험한 공동체였다.
이와 같이 문자와 인쇄의 발명은 인간의 의식이나 인간관계에 긍정적인 작용보다는 개인주의적이고 비타협적이며 지혜가 부족한 개인들만을 만들어 내었다. 이에 맥루한은 이러한 문제를 “심오한 유기적 특성을 지닌 새로운 발명인 전기기술”43)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중에서도 텔레비전이 인간의 감각균형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원시부족사회를 결합시켰던 총체적 감각을 되살려 지구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하면서 이를 '재부족화'44)라고 하였다. 맥루한의 전기기술이라는 매체는 전화,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을 말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전자적으로 연결되어서 근접성을 가지고 서로 친밀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주는 미디어를 말한다. 전기미디어의 발전된 형태인 디지털미디어는 시공간을 뛰어 넘으며 전기미디어보다 더 근접성과 접촉성을 높여 준다. 특히 인터넷은 텍스트는 물론이고 사운드, 동영상, 이미지등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개발시켜 준다. 일방적인 매체도 아니고 수동적인 매체도 아니며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게 해주는 인터넷은 현대사회에 큰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로 자리 잡으며 여러 가지 문화를 만들어 내었다. 다음 장에서는 인터넷이 만들어 낸 디지털 문화에 대한 연구와 인터넷을 통한 공동체의 형성과 성격과 역할에 대해 연구하려 한다. 이 디지털 문화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로 재부족화가 가능한가?”에 대한 해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 3 장 디지털 문화

제 1 절 디지털 미디어45)

구술문화 후에 문자문화가 발명되었고 문자문화에서 신문과 책이라는 미디어가 나왔으며 발전된 정보통신의 기술은 라디오, TV, 영화 등의 전기 미디어를 만들어 내었다. 전기미디어의 대표적인 것은 신문과 TV라고 볼 수 있다. 신문은 대중에게 영향력은 강하나 잘못된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할 위험이 항상 있어 왔다. TV는 신문과 마찬가지로 여론을 선도하고 같은 시, 공간을 나누지 않는 사람에게도 공유의 느낌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미디어였다.
맥루한은 1950년대 미국에서 텔레비전이 혁명적인 미디어였다고 말한다. 그는 1930년대 유럽에서의 라디오 역할과 영국과 미국에서의 텔레비전의 역할을 비교하였다. 라디오는 1930년대 유럽에서 유럽정신의 부족적, 혈족 관계적인 망(網)을 부활시킨 반면 영국과 미국은 문자 문화와 공업적 확장으로 인해 부족적 유대감이 아주 많이 손상되어서 라디오로는 주목할 만한 부족적 반응을 달성해 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195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TV가 부족적 유대감을 상당 부분 회복시켰다고 보았다. 맥루한은 TV가 영국과 미국을 완전한 부족의 상태로 복귀시킬 것이라고까지는 못하더라도 텔레비전 영상이 여러 감각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다.46)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장차 쓰이게 되는 “지구촌”, “정보시대”등의 용어 뿐 아니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법의 “미디어”라는 말을 소개하였다. 그는 15세기 중반 만들어진 인쇄술은 사람들을 직선적으로 사고하게 하고 세계에 대한 지각을 인쇄 지면의 시각적 질서에 편리한 형태로 배치하도록 조장하였으나 19세기 후반이후 나타난 전기의 새로운 이용방식인 전신, 전화, 텔레비젼, 컴퓨터 등은 비선형성, 불연속성, 직관성의 인식론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전자미디어는 사람들이 세계에 대한 지각을 사이버스페이스의 프로토콜들에 편리한 방식으로 재배치하도록 교육한다고 하며 인터넷 시대에 대한 예언적 추론을 하였다.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통신망의 세계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용어로 쓰인다.인터넷의 미디어적 특성과 사회 문화적 특성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사이버 공간은 일상의 세계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레비는 사이버 공간을 “컴퓨터와 정보 기억 장치들의 전지구적 상호 연결에 의해 펼쳐지는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공간”47)으로 정의하였다. 사이버 공간은 기술적 특성과 사회 문화적 특성이 결합되는 공간으로서 미디어적 역할과 더불어 개인의 인식변화에도 영향을 가져와 사이버 문화(인터넷 문화)48)가 형성되게 되었다.
인터넷 문화는 컴퓨터의 다양한 자원을 원거리에서 접근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른 가상세계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인해 이루어진 하나의 새로운 문화이다. 문자 문화와 인터넷 문화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와의 차이점은 2장에서 충분히 다루었으므로 3장은 디지털 문화를 연구하면서 문자 문화와의 비교를 하려고 한다. 문자문화와 인터넷문화의 대조적인 면은 다음의 두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다음의 <표3-1>은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에 서문을 쓴 루이스 래펌이 『미디어의 이해』에 나오는 중심개념을 목록으로 작성한 것이고 <표3-2>는 래펌이 직접 만든 것이다.
<표3-1>49)
인쇄와 전기 미디어의 비교
인쇄
전기 미디어
시각적
촉각적
기계적
유기체적
순차성
동시성
작곡
즉흥연주
작용적
반작용적
확장
수축
안전한
불완전한
독백
합창
분류
유형 인식
중앙
변방
연속적
불연속적
구문론
모자이크적 문장1)
자기 표현
집단 치료
문자적 인간
그래픽적 인간
·


맥루한은 왼편에 있는 낱말들의 의미를, 구텐베르그의 활판 인쇄술 발명에서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에 이르는 4세기동안의 인쇄어의 융성과 연관시킨다. 그리고 오른 편의 말들의 의미를 포스트 모던이라고 알려진 감각들과 결합시킨다.
<표3-2>50)
루이스 래펌의 문자문화와 전기?전자문화의 특징비교
시민
유목민
건설하다
떠돌다
경험
순진함
권위
권력
행복
쾌락
문학
저널리즘
이성애의
다형적인
문명
야만
의지
소망
열정으로서의 진리
진리로서의 열정
평화
전쟁
성취
명성
과학
마술
의심
확실성
드라마
포르노그라피
역사
전설
논증
폭력
부인
창녀
예술
농업
떼도둑질
정치
예언


위의 <표3-2>는 래펌이 직접 만들어 놓고 문자의 기술과 전자 미디어의 기술에 대한 맥루한의 구분과 거의 정확히 닮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왼쪽편의 낱말들은 맥루한이 분류한 “문자문화의 특징”과 거의 일치하며 오른편의 낱말들은 “전자미디어 문화의 특징”과 일치한다는 것으로 인터넷의 특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
래펌은 위 표의 오른쪽 칸의 인간들은 자신이 영원한 현재의 황홀한 정원 속에 살고 있다고 상상하며 문자적 인간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하는 데 반해 어떤 것 다음에 다른 것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연쇄는 인과적인 것이 아니고 단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며 전자미디어 시대의 인간은 영혼의 오아시스를 찾아 고대의 사막을 떠도는 유목민 집단과 같다고 하였다.51)
래펌은 우리는 시민의 관념을 버리고 유목민과 문자 시대 이전 사람들에게 특징적인 감성을 얻게 된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전자미디어를 통해 획일화된 문자문화에서 벗어나 구술시대의 총체적 감수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인터넷은 의사소통의 도구로만 쓰이는 단순한 미디어로 볼 수 없다. 우선 문학과 관련하여 보자면 문자위주의 근대사회 속에서는 문학은 직선적인 구조와 논리적 선형성을 중시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그러한 구시대적 문학구조는 없어지고 텍스트는 서로 연결되고 무한히 열려있고 유동성 있는 웹에서 하이퍼 텍스트적 차원을 갖게 되었다. 초기 인터넷의 링크개념은 나무의 가지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여기서 하이퍼 텍스트52)개념이 도출되었으며 인터넷문화는 탈중심화된 순환구조를 형성하였다. 피에르 레비도 그의 저서 『사이버 문화』에서 들뢰즈와 카타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링크53)개념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열린 통신망 안에서 이질적인 노드54)들 간에 연결이 무제한 증폭되고 “유목민”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하는 내적 다이나믹스를 포함하는 추상적인 도식이다. 이 도식은 사회적으로는 가상공동체들의 생활에 의해, 인지적으로는 공동의 지적자산(CI)의 구축과정에 의해, 기호학적으로는 커다란 하이퍼텍스트 형태나 웹의 가상메타 세계의 형태로 현재화한다.55)

푸코가 “20세기는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예찬했던 들뢰즈의 사상은 푸코의 예상에 들어맞게 인터넷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것은 들뢰즈 전 시대의 철학적 사상이 ‘권력’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제는 ‘욕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기존의 철학적 사유와 그 결과들이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지위와 효과를 갖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철학적 사유의 모색을 수행한 여러 철학자들 중 한 사람이다. 들뢰즈는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 언어학 등 수많은 영역에서 자신이 창안해낸 개념을 통한 철학의 변모를 실험했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들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과 동의를 표명했다. 그중에서 특히 푸코는 들뢰즈의 저서,『반 오이디푸스』의 서문에서 ?21세기는 들뢰즈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표했다.
데리다56)의 해체론도 인터넷문화 이해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초현실주의가 지배하는 가상공간에서 육체를 현실공간에 남겨두고 인터넷 세계에 접속하는 정신의 현실성은 해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문화의 특징을 살펴보려면 우선 사이버 공간의 특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문화는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되고 발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은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인 미디어로서의 특징과 사람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특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의 기술적 특성의 첫 번째는 사이버 공간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당사자들이 서로 피드백을 통해 의사소통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미디어로서의 사이버 공간은 멀티미디어의 활용을 가능하게 하여 더욱 더 다양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여 상호 작용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특성은 시공간적 확장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신체가 직접 있지 않아도 소통이 되기 때문에 현실공간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대면적 접촉에서 요구되는 시공간적 공존이라는 제약이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다양한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 현실공간에서는 서로 간에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고 해도 지리적인 제약이 있을 때는 소통이 어렵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쉽게 소통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있어서 공간적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실세계에서 관심이나 욕구가 독특한 사람들의 경우 그것을 공유할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런 사람을 쉽게 찾아 서로 상호작용하고 의사 통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시간의 제약 면에서 보면 인터넷상에는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동기적(synchronous) 커뮤니케이션과 비동기적(asynchronous)커뮤니케이션이 있다. 동기적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대화방이나 메신저 같은 것을 말하며 비동기적 커뮤니케이션은 이 메일이나 게시판 글 읽기, 댓글 달기 등으로 시간을 두고 서로 응답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시간이 걸리는 비동기적 상황에서는 대면적 만남에 비해 숙고하고 응답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는 성찰의 영역을 제공하여 인간에게 긍정적 작용을 한다. 세 번째 특성은 익명성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신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은 현실공간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자아의 모습을 실험해 볼 수 있고 그럼으로써 타인의 역할을 잘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미래 역할을 대비할 수도 있게 된다. 신체가 드러나지 않는 탈체현과 정체의 비가시성(invisibility)에서 결국 익명성까지 발전하게 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대면적 상호작용에서 전달될 수 있는 목소리, 옷차림, 신체를 감추고 익명성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네 번째는 디지털 기록과 보존성이다. 개인에 관한 기록이나 개인이 쓴 글이 디지털로 인해 쉽게 기록되어 보존될 수 있다. 이것은 익명의 행위자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볼 수 있어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를 쌓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개인의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인터넷 문화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이버 공간의 미디어를 사용하여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나는 문화이다.  인터넷 문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그림 3-1>정체변화의 연속선57)
                 
사이버 공간의 특징과 마찬가지로 익명성이 인터넷 문화의 첫 번째 특징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을 제시할 수 있는 방식은 <그림 3-1>에서처럼 연속선을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 연속선의 끝은 모든 것을 감추는 완전한 익명성이고 다른 한쪽은 실제 정체성이다. 그 중간에는 드러내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가명성(pseudonymity)가 있다. 이 익명성으로 인해 대면적 상황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내용을 인터넷 공간에서는 말하고 구속감을 적게 느끼는 탈금제(탈억제, disinhibition)의 특징이 나타난다. 이 탈금제는 거친 말, 절제되지 않은 비판 등의 부정적 측면이 나타나게도 하지만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줄어들게 하고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나오게 하며 문제해결을 시도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 번째 특징은 개방성과 다양성이다.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동등한 입장과 기회에서 낼 수 있다. 지위, 성별, 재산과 관계없이 동일한 출발점에서 출발할 수 있다. 강한 유대는 동일한 정보를 소유할 경향이 강하나 새롭고 다양한 정보는 다양한 집단에 연결된 약한 유대를 통하기가 쉽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약한 유대를 통해 정보를 쉽게, 많이 수용할 수 있다. 자기 노출의 내용을 감출 수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현실 공간의 연결망을 확대시켜 줄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개인이나 집단이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하고 관심을 나타내며 정치적 영향력까지 나타낼 수 있는 개방적이며 다양성을 가진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대중 미디어에서 소홀히 다루는 이슈나 정치적 관심사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단점은 가지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현실적 제약을 뛰어 넘어 새로운 세계를 가능하게 해 주는 초월성(transcendency)과 현실공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이미지나 상상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가상성(virtuality)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시간과 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개인은 사이버 공간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초월성과 가상성은 복잡한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경향을 만들고 사실을 망각하게도 하지만 시공간적,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시도해 볼 수 없었던 일을 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인터넷과 같은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은 문자 커뮤니케이션과의 특성에 보태어 이동, 공간, 물체 등의 환상을 일으키는 시각적 차원이 더해지는 것이 가능하다. 대화방이나 메신저 등은 단순한 문자 텍스트가 아니고 대화체로 구성되어 말하듯이 진행되며 아바타를 통해 자기의 감정 표현이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림3-2>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은 하드웨어로 구성되는 사이버 장소라는 기반 구조 속에서 위치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반과 서비스의 창출을 매개한다. 그것은 현실공간의 사회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58)

<그림 3-2> 현실공간과 사이버 공간59)
                                       

네 번째 특징은 연결성과 전파성의 문화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의 망이 인터넷상에서 지속적으로 전파되는 것을 전파성이라고 한다. 컴퓨터의 연결망이자 동시에 사람들의 연결망인 인터넷 공간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해주어 관심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현실세계에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야 관계를 맺는 것에 반해 사이버 공간에서는 관심과 목적에 따라 관계가 형성된다. 다섯 번째 특징은 보편성이다. 인터넷을 통하면 모두가 동일한 정보에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성을 가지게 되고 정보의 양의 무한함으로서 획일적 전체성은 없어진다. 레비는 이러한 특징을 “획일적 전체성 없는 보편”60)라고 하였다. 여섯 번째 특징은 인터넷 문화 속에 구술문화와 문자 문화가 공존되어 있는 것이다. 옹은 인터넷문화를 “후기활자의 문화”, “제2구술문화”라고 하였다. 구술문화요소와 문자문화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인터넷 글쓰기이다. 게시판에 글쓰기, 댓글, 채팅, 게임 중 대화, 메일 등을 말하는 인터넷글쓰기는 화면에 출력된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 방식이면서도 음성을 통한 정보교류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 인터넷은 문자와 소리뿐 아니라 이미지를 통합시키고 여러 가지 감각을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터넷문화는 문자를 기본으로 하며 시각과 청각을 골고루 사용해야 하는 구술문화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종혼합문화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게다가 미래에는 촉각이나 후각까지도 사용될 수 있는 매체로 발전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이 강한 구술성이라는 특징이 인터넷을 통해 소통과 의견 교류와 화합을 가능하게 해 준다. 비록 면대면 대화는 아니지만 바로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개인화, 파편화되고 이기적이 된 개인들이 공동 의식, 일체감, 친밀함 등을 가지게 되어 소통의 공체를 이룰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인터넷을 공간으로 하는 인터넷 문화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다. 첫 번째로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인터넷을 둘러 싼 각종 범죄 행위나 비윤리적 행위가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스팸 메일을 통한 음란물의 유통이나 실정법에 저촉되는 글의 게재, 또는 지적 소유권의 문제 등을 말한다. 두 번째는 익명으로 인한 무책임성과 정보의 신뢰도 문제이다. 누구나 정보를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확치도 않은 정보들이 과잉 공급되어 판단을 흐리게 한다. 세 번째로는 나이, 경제력 등의 정보격차로 인해 모든 사람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정보를 가진 자와 정보를 갖지 못한 자와의 갈등이나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과 익숙하지 못한 사람간의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문제는 MS처럼 정보기술 독점하는 회사가 생기기 쉽고 그로 인해 정보 이용을 위한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인터넷의 초기에는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이 공동체적 정신과 나눔의 정신을 지니고 현실세계의 지배질서를 무너뜨리는 ‘탈상품화’ ‘탈중심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자료와 정보의 공유를 주장하던 흐름이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흐름에 거세게 도전받고 있다. 독점을 꿈꾸는 카피라이트(copyright)세력에 대항하여 공유와 나눔을 실행하려는 카피레프트(copyleft) 세력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다섯 번째는 “무선장치들은 사회적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하게 될 것이어서 원형감시적(panoptic) 권력의 행사가 가능할 정도로 정보기술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다.”61)라고 마크스미스기 그의 책 『인터넷문화와 공동체』에서 지적했듯이 국가나 정치부서가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손쉽게 할 수 있어서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파높티콘(원형감옥)에 있는 것 같은 형태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공간에 대한 정부의 법률적 개입이나 통제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사상과 자유를 위한 운동이 많이 일어났다. 미국의 ‘통신품위법’과 우리나라의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한 저항운동’이 그 좋은 예이다. 여섯 번째 문제는 컴퓨터의 발달로 개인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동화로 인해 인간의 잉여 노동력이 갈 데가 없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일곱 번째  문제는 인터넷 중독이다. 벌써 수많은 인터넷 중독자들이 생겼으며 중독자들은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된 수많은 사이트에 접속하느라 모든 시간과 힘을 다 소비하고 생산적인 일은 하지 못 한다. 그 종류로는 인터넷 구매 사이트 등을 통한 정보습득과 소비중독, 그리고 최신형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디지털 가전제품(핸드폰, PC, 인터넷, PDA 등)의 구매가 있으며 게임, 채팅중독, 포르노그라피 중독, 게임공간과 아바타 통한 왜곡된 욕망 분출등도 인터넷 중독의 증세이다. 여덟 번째로 전자적 소통이 인간 신체의 신경계에 과부하를 걸어 인체의 불균형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다양하게 뻗어 가는 하이퍼 텍스트로 인해 인간 정신의 불안정이 생기기도 하는 문제도 있다. 아홉 번째로 인간들의 물리적 접촉이 약해지고 사회적 고독감이 커지고 개인화의 경향이 강해졌으며 대면접촉의 감소가 사회성 감소를 가져 와서 공동체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인터넷문화가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개인화경향의 강화, 전통적인 공동체의 붕괴, 중독 등의 문제점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지만 인터넷을 통해 밝은 미래가 올 수 있다는 낙관적 기대도 있다. 인터넷의 긍정적 기능으로 기대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익명성은 네티즌의 무책임적인 공격이나 주장을 가져 와 신뢰의 문제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토론을 마음껏 하게 해 줌으로서 참여를 증대시키고 평등성을 보장해 준다. 특히 현안과 관련된 토론실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사이버공간의 공개 토론은 표현이 거칠고 공격적이고 형식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입장을 솔직하게 제시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개인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고 개인간의 소통이 충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은 종래의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만의 의사소통에서 벗어나 크고 작은 네트워크 간에 의사소통이 이뤄지게 하여 권력이 과거와 같은 수직적 통제력을 장악할 수 없게 하여 분권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로 개방성과 다양성도 미래 사회를 밝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특성이다. 인터넷의 개방적 속성덕분에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까지 나타낼 수 있다.
네 번째로 연결성과 전파성 또한 인터넷 문화의 긍정적 특성이다.  연결성과 전파성은 개인들 간의 소통에 도움을 주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 네 가지 특성은 개인들이 쉽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기의 의견을 표출하며 토론하게 해 준다. 관심분야에 따라 또는 사회의 현안에 따라 개인들은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쉽게 결집하여 공동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동지의식을 가지고 자기주장을 펼치며 때에 따라서는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이나 항의집회등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정치에의 관심을 표출하고 사회가 진정한 시민사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제 2 절 인터넷 공동체

공동체는 전통적으로 씨족, 부족과 같은 혈연공동체에서 시작하였으며 동시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끼리 신뢰와 친밀감과 애정을 바탕으로 서로 돕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적 유대관계에 기초한 결집체이다. 공동체는 원래 지역 ,역사, 가치를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집단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개념이지만, 이제는 지역성보다는 오랜 시간 반복해서 형성되는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호혜성과 신뢰라는 새로운 개념에 의해 공동체를 정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지역성이 중요 근거가 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통의 발달과 미디어의 발달, 특히 인터넷의 발달이 가장 중요하다. 호혜성의 기준에서 보면 같은 씨족끼리 모여 사는 혈연 공동체, 일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관계를 공유하는 연고공동체, 가치관, 이해관계 등의 추상적 목표를 공유하는 자발적 공동체 등의 발전단계를 거쳐 인터넷 공동체62)까지 나타났다. 자발적 공동체의 일원인 인터넷 공동체를 컴퓨터와 통신망이 매개한 기술적 공간으로만 보는 관점보다는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공동체가 쉽게 만들어지고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원자화된 사회가 되고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응집력은 약해지고 그 공동체 와해위기가 왔고 시민사회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개인들은 공동체 지향성이 있기 때문에 시간적, 지리적으로 공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인터넷과 같은 통신 수단에 의해서 소통하고 유대를 맺는 형태가 나타났다. 새로운 인터넷 공동체가 나타난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결합으로 탄생한 인터넷 공간에서도 인간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한다. 즉 사람의 사회활동이 인터넷이라는 환경속에서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터넷 공동체는 집단 친화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통의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고 물리적인 상호접촉이나 지리적 위치에 의존하지 않는 집단으로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63)
인터넷 공동체의 정의64)는 라인골드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상에서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충분한 인간적 정서를 가지고 충분히 긴 시간동안 공개적 토론을 수행함으로서 인터넷 공간 내에서 대인관계망을 형성할 때 나타나는 사회적 집합체이다. 그러나 앞 단어(인터넷)에 강조를 두면 인터넷 공간에서 만들어진 공동체라는 의미이며 뒷 단어(공동체)에 강조를 두면 현실에서 만들어졌으나 유대와 정보 공유 등을 위해 인터넷 가상공간을 이용하는 공동체가 된다. 이 두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 인터넷 공동체의 영향력이 시민사회에서 강해질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공동체의 출발점에 따른 분류로서 온라인 기반형, 오프라인 기반형으로 나눈 것과 같다. 온라인 기반형은 공동체의 형성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져서 나중에 오프라인으로 연결된 것이고 오프라인 기반형은 오프라인에서 형성된 공동체가 온라인으로 연결된 형태를 말한다.
결국 인터넷 공동체란 통신망을 매개로 하여 공통의 공간에 유사한 이해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네트워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터넷 공동체 참여자들의 대화는 주로 텍스트로 이루어진다. 물론 인터넷전화, 화상회의, 동영상, 사진 등 멀티미디어 도구 등을 이용한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제일 많이 사용되는 게시판, 글쓰기, 읽기, 대화방, 쪽지, 메모 등의 미디어는 텍스트이다. 인터넷 공동체에서는 욕설, 악플65), 악의적 논평 등의 적대적 상호행위도 일어나고, 정보교환이나 심리적 위로, 공동 취미활동 같은 긍정적 상호행위도 일어난다. 라인골드는 인터넷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다른 사람들과 계속하여 정보를 나눠 갖게 만드는 가상공동체로부터 사회적 네트워크와 자본, 지식 자본, 친교를 얻을 수 있다”고 스미스의 입을 빌려 말하였다.66) 인터넷 공동체는 물리적 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다른 시간대와 장소에서 소통할 수 있으며 인종, 성, 나이 등에 차별 없이 소통이 가능하며 가상의 이름을 통해 현실을 감추고 정체성을 가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현실을 숨긴 채 정체성을 익명으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직, 가입, 탈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음으로 인해 수많은 가상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소멸하곤 한다.
개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상호 연계되고 개인들의 의견과 여론은 가상현실 속에서 수렴되어 인터넷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활동이 활발하게 되었다. 인터넷 공동체 속에서 네티즌은 편리하고 자유로운 의사교환의 민주적 과정을 통하여 서로의 유대와 가족 및 사회조직의 유대를 활성화시키게 되었다.
인터넷 공동체는 아래 <그림3-3>에 보여 지는 것처럼 연결망(network)과 결정화(crystallization)의 정도에 따라 많은 변이를 보일 수가 있다.67) 연결망의 정도에 따라서 두 가지의 공동체를 분류할 수 있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개인적 공동체와 한 개인이 중심이 아니고 모든 회원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집합적 공동체로 분류할 수 있다. 결정화의 정도에 따라서도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개인들과의 단순한 상호작용만 이루어지는 단순 공동체부터 역할이 체계화되고 대표와 임원과 질서와 규칙이 있어 조직체로 볼 수 있는 공동체까지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단순한 상호작용만 이루어지는 공동체는 사실 많지 않고 인터넷 공동체는 대부분 정규적인 온라인, 오프라인 접촉을 가지며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관심사나 문화를 공유한다. 이것은 인터넷 공동체내에서는 시간적인 공유를 하지 못해도 회원들 간에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통의 지속성을 지닐 수 있으며 집단의 경계 또한 분명해 타 공동체와는 차별화하면서 소속감을 높이고 문화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통의 관심사가 정부의 정책변화이거나 사회고발 등이라면 이 공동체는 사회참여를 적극적으로 하며 그 결과 정책의 변화나 정치체제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림 3-3>인터넷 공동체의 다양성68)
                              
그러나 이렇게 공동체내에서 개인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를 공유하고 정책변화를 주도하기도 하지만 분명 인터넷 공동체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인터넷 공간이 지리적 근접성과 관련이 없고 혈연관계가 아닌 관심사나 선호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개인간의 접촉을 감소시켜 공동체가 배타적인  성격을 가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특정한 온라인 집단에 대한 전적인 관여는 탈개인화를 가져오고 개인적 특성에 관한 정보의 부재로 인하여 사람들이 집단에 대한 소속감에만 기초하여 서로 이끌리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69)
인터넷 공동체는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특화된 관계를 통하여 지원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공동체와 유사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 지원 제공, 유대감등의 상황적 지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구성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다. 또 온라인 상에서의 접촉은 성별, 나이,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서로 평등하기 때문에 질의, 응답, 소통활동 등이 활발해져 더 활성화되기도 한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에서는 약한 유대가 강한 유대보다 공동체내 회원들과의 관계유지에 더 도움을 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느냐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알고 있느냐가 정보를 얻는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 공동체의 역할과 전망을 보는 입장은 두 가지가 있다. 즉 낙관적인 입장과 비관적인 입장이다. 먼저 낙관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다. 인터넷 공동체를 통해 개인적 수준에서 소속감이 생기고 전체 사회적 입장에서는 공공이익을 추구하는 상호작용이 이뤄지며 정치면에서는 마치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와 같은 역할이 인터넷 공동체내에서 이루어져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해 정치적 합의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래 커뮤니티란 인간생활의 긍정적인 요소로 소속감과 집단성, 사회성을 부여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커뮤니케이션을 익히게 해 주는 것이므로 인터넷 공동체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관적 견해는 다음과 같다. 이 공동체에는 단순히 심심해서 참여하며 자주 관심사나 공동체를 바꾸기 때문에 이 공동체는 진정한 사회적 결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짜 공동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월드컵 축구 응원단처럼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일 뿐 책임 있는 행위 주체가 되지 못하며 결속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특정 인물에게나 특정 사건에 지나치게 여론의 성향에 따라 지나친 관심과 친밀감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형성되는 결속은 또한 약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용시간만 늘어나고 개인적인 성향만 더 강해지며 정치 커뮤니티에서는 폐쇄성, 비공식성, 집단 가치 지향성 등을 가짐으로서 패거리 문화의 가능성70)까지 나타날 수 있다. 또 인터넷 공동체 속에서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익명, ID, 별명, 이메일주소 등으로 수시로 자신을 변신하며 이중적, 다중적 자아를 갖는 등 정신분열적인 혼란을 보일 염려가 있다.
인터넷 공동체에서 사회적 질서를 잘 유지하려면 여러 전략, 기술,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가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실제생활에서 잘 확립된 갈등관리 도구들이 가상분쟁에 적용되는 것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마크 스미스는 그의 책 “사이버공간과 공동체”에서 이를 위해 교육적인 시뮬레이션 환경 및 과학적?문화적 성격을 가진 교육내용을 선호하는 가상공동체인 마이크로뮤즈를 연구 주제로 이용했다. 그 책에 따르면 마이크로 뮤즈는 이용자(플레이어)와 모든 권력을 부여받는 운영자라는 두 개의 기본적인 계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권한과 기술적 권력을 가진 계층인 지도자와 지도자는 아니지만 다른 운영진 계층인 간부가 있다.
마이크로뮤즈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이 학술적 연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도록 되어 있고, 폭력, 외설, 인종주의, 포르노그래피, 희롱, 절도, 사생활 침해 등이 금지되어 갈등의 소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갈등이 발생했다. 온라인 섹스를 위해 <오르가즘 방>을 만든 10대 소년 스웨저는 스스로 변호할 기회도 없이 그의 캐릭터와 모든 가상적 소유물을 삭제당해 플레이어와 운영진 간에 논쟁이 발생했다. 또 시논이라는 이용자가 헤큐바라는 이용자를 스패밍함으로써 이용자간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터넷공간에서는 갈등이 존재한다.
마이크로뮤즈의 경우 갈등의 원천은 플레이어들과 운영자들이 마이크로뮤즈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를 두고 있으며 그들의 가치, 목표, 관심사, 규범이 다양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뮤즈 운영진의 경우, 마이크로뮤즈가 특정한 교육적 목표를 의도하고 있는 과학박물관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10대들이 음란한 말을 지껄이는 것을 묵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용자의 경우, 상당수가 사회적이거나 오락적인 것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마이크로뮤즈와 같은 가상공동체도 그러한 자신들의 욕구를 채워 줄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가 어긋나면서 운영진과 분쟁은 시작된다. 또 그리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운영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력을 분배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용자의 불만과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운영진과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용자간의 의견차도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온 이용자들 간의 상대 문화에 대한 오해에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가상공동체에 접속하는 너무나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용자와 그들의 가상공동체의 목표나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 운영진과 이용자의 권력 불평등 등은 많은 갈등을 야기시킨다.
이러한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마이크로뮤즈는 익명의 개인이 일정한 기간 동안 스승(mentor)로부터 안내를 받은 후 방문을 허락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했고, 또 두 명의 스승으로부터 후원을 받아야 완전한 성원이 되도록 하였다. 또 제 삼자 개입이라는 분쟁해결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제도화하였다.71)
실제 생활에서의 분쟁해결을 위한 전략에는 이해관계, 권리, 권력 중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해조정, 권리판정, 권력행사 등이 있다. 이들 중 이해조정은 권리판정이나 권력행사에 비해 거래비용을 낮추면서 만족도는 높이고 관계에 긴장을 덜 주며 분쟁의 재발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뮤즈가 스웨저에게 행한 권력행사는 비생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분쟁해결을 위해서는 권리나 권력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해조정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즉, 분쟁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 삼자의 개입에 의한 진상조사나 이해관계의 조정은 권력의 분배, 시민의 권리에 대해 상호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긴장된 관계를 개선하고 갈등의 재발을 막는데 있어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은 마이크로뮤즈의 몇몇 분쟁해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잠금장치가 안 된 다른 이용자의 소유물을 훔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절도자가 자문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고, 이용자들에게 잠금장치에 대해 상기시키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동체의 회원들과 운영자와 문제를 일으키는 회원들 간에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최근에 일어난 이 사례는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다음은 동아일보 2005.10.29 기사인용이다.

《한 누리꾼72)이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지나친 ‘악플’(악의적인 댓글)을 달다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이용을 제한당하고 경찰에 고발되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사이버 왕따(CI·Cyber Isolation)’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S(22·무직) 씨는 지난해 11월경부터 익명 자유게시판으로 유명한 D사이트의 200여 개 게시판에 심한 욕설과 성적 표현 등이 담긴 악플을 ‘도배’73)했다.  “×× 짱나는 ○○ 리플 글 게시자인 올드블랙죠. 니가 지울 수도 있는 거잖아? 너 그러다 죽는다. 그리고 합성 다시 해라. ×× △같다 ○○자식.”  이 사이트 운영진은 두 달여간 이처럼 욕설로 가득한 악플 도배가 계속되자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해 12월 중순부터 글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S씨는 전화로 이런 ‘제한’ 조치를 풀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관련 글을 올렸지만 D사는 글 지우기를 계속했다. D사는 올해 1월 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이후에도 S씨와 험한 말로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S 씨는 올해 2월경 D사 사이트에 “짧지만 그간 즐거웠고 고마웠다. 날 진심으로 대해 준 곳은 이곳 동생들밖에 없었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종적을 감췄다.  9월 말경 진정서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S씨가 6월 중순 고향의 부모 아파트 10층에서 투신자살한 것을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경찰 조사 결과 S 씨는 고교를 중퇴한 뒤 하루에도 몇 시간씩 PC게임을 즐기는 프로게이머(온라인게임 선수) 지망생이었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의 집에서 나와 자취생활을 했다. 가족과 학교에서 소외당한 S씨의 유일한 의사소통 창구는 인터넷 익명 게시판이었다. S씨의 형(24)은 “동생이 이곳에 매일 글을 남기는 것을 낙으로 삼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타인에 대한 비방이 심했던 글을 제한한 것이 옳았다’는 의견과 ‘익명 자유게시판의 취지와 달리 임의적인 제한을 한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인터넷에 악플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은 자신의 상태나 욕구를 알리고자 하는 과시욕과 사람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관음증의 발현”이라며 “이런 욕구가 좌절되면 익명성에서 오는 분노로 인해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는 “사이버 세계는 대리만족의 실현으로 현실보다 훨씬 큰 만족감을 준다”며 “이 때문에 사이버 세계에서 입은 상처는 오프라인에서 받는 상처보다 훨씬 커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74)

인터넷 공동체가 회원들 간의 분쟁과 갈등을 통제하기 위해 억압이나 배제의 방식을 추구하거나 권력을 잡기위한 운영진간의 투쟁이나 운영자와 회원간의 다툼으로 인해 문제가 계속된다면, 그 공동체의 존립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킬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인터넷 공동체의 회원들은 인터넷 공간상에서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자기의 취미를 다른 사람과 같이 하고 싶어 한다. 인터넷 공간의 특성은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서로를 연결해주며 공동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터가 되 주는 것이다. 인터넷 공동체내에서는 일반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견이 공유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가 되어 구성원들 간의 결속력이 높아져야 한다.
개인과 정치의 관계에 대하여 말하자면 인간성 회복이나 개인간의 관계회복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정치의 변화가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키기도 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공동체내에서의 공통관심사에 대한 의견 공유가 정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와 개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가 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 지를 다음의 사례를 통해 연구해 보려고 한다. 특히 공동체 활동 중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공동체의 활동에 대하여 연구해 보려고 한다. 그 예로는 16대 총선 시 낙선운동, 17대 총선 시 후보자 정보 공개, 선거감시와 낙선운동과 효순 ? 미선 추모 촛불 집회, 2002 월드컵 당시의 붉은 악마의 활동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두 번째 경우는 주도자가 NGO이며 세 번째는 네티즌이 그 주체이며 네 번째는 붉은 악마라는 공동체에 의해 시작이 되었으나 사실 주체는 네티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16대 총선 시 낙선 운동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총선 연대와 공선협, 경실련 등이 홈페이지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여 낙선운동을 주도하였다. 총선 연대는 후보자정보를 공개했으며 경실련도 부패전력, 사회적 물의, 지역감정선동, 근거 없는 폭로, 잦은 당적 변경 등을 기준으로 부적격자명단을 발표하였다. 재산공개, 병역공개, 납세공개, 전과기록공개 등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데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컸으며75) 이런 운동이후 시민의 선거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000년 낙천, 낙선 운동은 정치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시도였고 다른 한 편으로는 통신 네트워크가 미래의 정치에 미칠 영향력을 예시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76) 16대 총선에서 시민단체나 네티즌77)은 인터넷을 통해 제도권 언론들이나 언론 등의 여론조작을 거치지 않고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정치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78) 16대 총선시의 낙선, 낙천 운동은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을 통해 시민단체가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한 활동으로 시민들에게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으며 인터넷 통한 정치 참여의 모델이 되었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그 후 2004 총선(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총선 연대의 활동아 두드러졌다. 총선연대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낙선운동 및 돈 선거 감시운동을 위해 2004년 2월 3일 289단체가 모여 발족하였다. 총선시민연대 온라인 캠페인은 영역별로 온라인 낙선운동, 돈 선거 감시 캠페인, 정당 평가 캠페인, 온라인 유권자 캠페인 등 4가지로 나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클릭앤클린 운동’이다. ‘클릭앤클릭’은 '클릭하라, 그러면 깨끗해질 것이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클릭'이라는 단어는 오프라인 운동에 비교되는 온라인 운동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며 네티즌은 총선연대 온라인 사이트(www.redcard2004.net)에 접속해 '클릭'만으로 총선 관련 정보의 수신자와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네티즌들이 총선 후보자들에 대한 가장 풍성한 자료와 정보를 담고 있는 총선연대 사이트에 들어와 클릭으로 정보를 복사하고,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한다면 오프라인에 크게 의지하지 않고도 충분히 유권자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실행된 것이다. 둘째는 ‘네티즌 1천만클릭운동’이다. 자신이 지지할 후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지지하는 정당의 정책과 공약을 검토하고,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서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 총선연대 사이트를 클릭하자는 운동이다. 네티즌 천만 클릭 운동은 이러한 클릭의 힘을 하나로 모아 네티즌들의 정치개혁의 열망을 천만 번의 클릭으로 확인해 보고자 하는 캠페인이었다. 셋째는 '낙선리스트 전달하기'이다. 이메일을 입력하면 단 한번의 '클릭'으로 낙선리스트를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도록 하였다. 소위 '퍼나르기 운동'이다. 일반 네티즌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고안했기 때문에 유권자운동의 주체가 자발적인 '네티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넷째는 '낙선메신저 아이콘 사용하기'이다. 메신저 공개사진에 낙선 메신저 아이콘을 사용하면 대화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낙선리스트를 소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총선 연대의 이런 활동은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정치에 참여하였고 시민들에게도 인터넷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숨진 효순 ? 미선의 사건에서 네티즌들은 큰 역할을 하였다. 여기서 네티즌을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네티즌의 활동과 영향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2002년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효순 ? 미선양의 사건은 사건을 규명하려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미군의 사과를 받아 냈고 불평등한 SOFA등의 개정을 요구해 왔다. 7월 13일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을 바로 알리고 부시 대통령의 공개 사과, 책임자 처벌, 합당한 배상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7?13 시청 네티즌 추모캠페인>이 시민과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분향과 서명을 받았고 모금을 하기도 하였다. 이 모임을 주도한 채근식씨에 따르면 영문 공식 항의문 번역을 통한 백악관 및 주요 언론사, 주한 미군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한 네티즌들의 온라인 항의 운동이 전개되었으며 해외동포들까지 가세된 네티즌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경기도청의 미2사단장 감사패 증정계획을 철회시키고 마침내 7월 10일 네티즌의 법무부 사이트 항의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가 미국 쪽에게 한국 검찰 수사를 위한 <미국의 재판권 관할 취소 요청>을 하도록 하는데 일조를 하였다고 한다. 기독교단체, 대학생, 중고생 모임, NGO들의 개별적인 추모모임과 반미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2002년 11월 22일에는 미군 재판을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79)가 벌어지고 네티즌들은 메신저의 삼베 말머리달기, 사이버 시위 외에 실질적인 거리 시위를 주도하였으며 27일 한겨레의 자유 토론방에서의 한 네티즌의 촛불시위제안80)으로 11월 30일 촛불시위가 열리게 된다. 이 제안은 네티즌에 의해 자발적으로 하루 만에 수천 개의 게시판으로 날라졌으며 30일 6시 일만 명의 자발적인 시위대가 모여 촛불을 들고 의사를 전달한 후 촛불을 광화문에 내려놓고 자진 해산하였다. 이후 각계각층으로 추모 행사와 진상규명과 불평등한 SOFA개정 등을 위한 집회 등이 확산되었다. 1년 이상 주말의 정기적인 광화문 집회가 계속되었으며 2주기, 3주기 기념 추모 집회도 계속 열렸다. 2005년 3월 20일 방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 사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을 대신 해 사과하였으나 아직 미군 재판권을 한국에 넘기는 일이나 SOFA개정 등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 자발적으로 네티즌들이 오프라인 모임까지 이루어 내고 미국을 상대로 직접 사과, 처벌 요구를 한 것을 큰 의의로 볼 수 있다. 또한 촛불 시위의 시발점으로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문화를 선도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사건이었다.
정치에 관련된 공동체 활동은 아니지만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한 전 국민의 응원은 개인화, 파편화되고 이기심만 남은 국민들에게 다시금 공동체의 정신을 느끼고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좋은 사건이었다. 1997년 PC통신을 통해 한국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한 “붉은 악마”동호회가 조직되어 다음 해 개최된 월드컵 응원을 갔다. 그리고 인터넷 덕으로 2002년 월드컵 전에 동호회 회원수가 4만이 넘었고 월드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20만이나 되는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월드컵 중에도 인터넷에 모이는 장소를 게시하고 구호나 박수치는 정보를 나누고 만나는 장소를 휴대 전화로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주고받았다. 인터넷을 통해 보다 빠르고 쉽게 소통하면서 월드컵 응원을 주도, 조직해 나갔다. 일반인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많은 정보를 교환하고 응원가를 내려 받는 등 날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월드컵을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월드컵이 전 국민의 문화가 되었다. 붉은 악마라는 공동체가 인터넷을 통해 다수에게 축구 응원 문화를 확산시키고 점차 TV나 신문에서까지 축구 응원을 관심 있게 다루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비관심층까지 관심을 갖게 되어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국민이 하나로 소통하게 해 준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공동체는 부족시대의 공동체와는 많이 다르다. 부족 시대와 같이 가족, 연장자, 부족의 지도자등과의 연대는 아니고 같은 취미, 같은 생각 등을 가진 네티즌끼리 부족화가 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 집단은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집단일 뿐 책임 있는 행위주체가 못 된다고도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가족, 이웃,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전 세계가 “지구촌(global village)"이 되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족화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가 있다. 다만 부족사회시대의 그런 가족, 인척중심의 부족화가 아니라 공통의 취미나 이상을 가진 네티즌이 부족이 되는 것이다. 이미 개별화되고 이성적, 논리적인 현대인들은 고대 부족사회와 같은 공감각적인 부족화된 공동체는 이룰 수 없지만 의견을 교류하고 의사소통하며 연대를 이루는 공동체는 만들 수 있다. 효순 ? 미선 사건, 2002 월드컵 응원에서 보았듯이 구술시대처럼 네티즌은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분노하며 때에 따라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결집하기도 한다. 지혜, 지식, 생활을 다 인터넷을 통해서 하며 개인의 의견교환, 약속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이루며 바로 곁에 친구, 가족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인터넷을 하면서 감성, 감각, 창조력, 상상력 등을 발달시킨다. 인터넷이 인간의 감각을 살려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각, 청각을 다 사용하고 있으며 게시판 글쓰기, 대화방, 메신저 등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문자지만 실제로 말하듯이 쓰고 읽고 이해하고 하기 때문에 글로 소통하기 보다는 말로 소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오감을 다 사용하게 만들어 곁에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는 컴퓨터도 개발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감성이 되살아 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종합한 총체적 인식이 되살아나는 문명이 나타나고 개인간의 관계가 친밀해 지며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지구촌 공동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생겨났다.

제 4 장 인터넷과 민주주의

미디어는 오랫동안 개인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미디어를 통해 개인들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을 서로 교환하였으며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기도 하였다.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가능하게 하고 소외자 들도 쉽게 정부나 정책결정자들에게 자기의 의견을 낼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 있는 미디어이다. 또한 개인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공동목적을 향해 공동투쟁도 할 수 있게 해주어 참여의 확대와 숙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미디어이다. 반면에 인터넷의 발달은 개인주의의 심화나 개인의 고립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로 인해 개인의 정치활동이 줄어들 수도 있고 정보 소외자 들은 더욱 더 사회참여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사회적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여 시민의 사회참여를 쉽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인해 개인의 의견이 더욱 더 정치가들이나 정부에 잘 전달될 수 있게 되었고 개인들이 쉽게 모여 집단행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방적인 소통채널에서 단순하고 수동적이었던 군중들과는 달리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무장하고 사회전반의 이슈들에 적극 개입해 현실을 변화시킨 현대의 군중들을 라인골드는 “smart mob"라고 말하였다.
인터넷이나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선거관련, 정치관련 행위를 하는 것을 전자민주주의라고 한다. 전자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정부나 정당의 주도하에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국회의원후보나 대선후보들이 선거 캠페인을 하는 것, 나아가 전자투표나 개표 등을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이루는 등의 위로부터의 전자민주주의가 있고 시민이나 시민단체 등이 여론을 주도하고 의견을 모아 정부나 정당에 전달하고 토론에 참여하여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시민 중심에서 정치권으로 영향을 미치는 아래부터의 전자민주주의가 있다.
바람직한 사회를 이루려면 정보공유와 소통,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현대 사회에서는 그 대안으로 숙의(토의)민주주의를 내세우기도 한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인터넷을 통한 토의민주주의를 들 수 있다. 고대 부족시대처럼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불가능한 현대에서는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이 소통의 정치를 이루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전자민주주의의 완성은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자기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출하고 의견을 서로 나누어 합의에 도달할 때가 되어야 비로소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3장에서는 인터넷이 이루는 문화와 사회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았고 4장에서는 인터넷이 사회문화에 어떤 구체적 역할을 함으로써 재부족화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 알아보려 한다.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관련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위로부터의 전자 민주주의 즉 이폴리틱스와 아래로부터의 전자민주주의 즉 인터넷통한 시민과 시민단체의 정치참여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사례중심으로 연구하려 한다.

제 1 절 e-politics와 전자민주주의

인터넷은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을 뿐 아니라 링크가 있어서 사용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심층적인 정보까지도 차근차근 찾아 볼 수 있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사진, 이미지, 동영상등의 영상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정치면에서 보면 인터넷 확산은 정보 교류와 활발한 의사소통, 대규모 인터넷 집단행동 등을 통한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정치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게 해주었다.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은 쉽게 선거에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으며 정당이나 후보자의 경우도 인터넷에서 견제와 감시를 당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지를 확산시킬 수도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 준 점에서 자기 효능감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81) 인터넷 사용자들, 나아가 모든 유권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정치인에게 도달하여 자신들이 제기했던 불만과 문제점들이 해결되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러한 과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때 자신감,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다.82) 그 통로역할을 하는 것이 인터넷이며 이런 현상은 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전자민주주의는 "정보통신기반의 이용을 통하여 정치과정에 대한 시민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정보와 결합된 민주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토론, 정견발표, 투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직접민주주의의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직접민주주의는 스위스 일부지역에 약간 남아있을 뿐 넓은 국가, 많은 영토, 복잡한 정부기능 등에 따라 지금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대신에 대의민주주의가 현대 국가에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조건이 없어지게 되어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 국가의 정치체제엔 정부, 정치가, 시민, 시민단체 등의 구성원이 있고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정치가 행해지고 발전해 나간다. 정치에서는 구성원간의 정보교환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따라서 미디어의 변화는 다양한 정치과정의 변화를 만들어 내었다. 여러 미디어중 가장 최근에 발달하게 된 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어떤 형태의 정보든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은 정보의 대량화, 다양화, 멀티미디어화와 즉각적인 쌍방향의 정보전달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정치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정치권은 선거운동이나 여론수렴이 가능하고 시민들은 사회참여와 정치참여가 쉬워지고 그로 인해 나라의 정책변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전자민주주의의 척도는 기술적 면이나 이용도에 의해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진정한 전자민주주의의 달성은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관하여 스스로 참여하고 지역공동체들이 조직되어 활동함으로써 정치관련 모든 분야에서 사고방식, 조직방식, 정치관행의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날 때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의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정부활동의 새로운 가능성, 패러다임의 전위를 가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말부터 행정부의 각 기관들이 “열린 정부”를 구현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PC통신망에 각 부처 소식이나 자료들을 제공하고 자체적인 홈페이지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총무처가 정보통신 미디어를 활용한 정부와 국민간의 직접적인 대화통로 구축 및 범 국가적 정보의 수집. 유통. 활용을 하는 사업이 행정부 차원에서의 대표적인 전자민주주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국민의 소리, 제도개선, 주제토론, 설문조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화마당과 알림마당, 공공DB마당, 민원마당 등이 있다. 또한 정부 중앙부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시도의 하나로 1998년부터 ‘정부정책포럼’을 개설하여 시민참여 토론을 유도하고 있는데 그 참여율은 지극히 낮다. 그 이유는 토론주제가 추상적이고 민감한 사안은 빠져 있으며 정부관계자는 토론에 참여하지 않으며 토론의 결과가 실제 활동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83) 국회에서는 전자민주주의연구회가 의원연구단체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Cyberparty라는 가상정당을 운영하고 있다. Cyberparty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97 대선정보, 전자신문고, 정책입법 청문회, 아크로폴리스 광장, 토론실, 전자회의실, 여론조사 등이 있다. 민간단체인 전자민주주의연구원은 인터넷 공청회 서비스를 통해 일반 이용자가 의제를 제기할 수 있게 하고 각 주제별로 배경정보를 수록하여 이용자간 의견개진 및 대안제시를 위시한 토론을 유도하고 어떤 의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인터넷 이용실태는 다음과 같다. 16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출마자 1,038중에서 52.8%인 548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운영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정당에 따라서 사이버 선거운동본부를 발족시켜 홈페이지를 단장하였으며 인터넷방송국개국, 사이버 캐릭터제작, 정치 포탈 사이트화 등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속은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 특히 쌍방향에 중점을 두지 않고 홍보에만 열을 올려 유권자의 질문이나 의견에는 응답하지 않아 쌍방향성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이라는 평을 얻었다.84) 또 일부 후보는 사이버후보 연설회의 개최, 사이버 대변인, 사이버 보좌관, 사이버 리포터 등을 모집하여 민심동향을 살피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전자정부를 이루려는 대표적인 구체적 사례로는 NEIS라고 불리는 교육정보행정시스템과 전자주민증제도,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등이 있다.  여기서 이 세 가지 사례를 연구하였다.

첫째 교육정보행정시스템은 2003년 시행되었는데 개요는 다음과 같다. 전국 1만여 개의 초, 중등학교, 16개 시, 도교육청 및 산하기관, 교육인적 자원부를 인터넷으로 연결하여, 교육관련 정보를 공동으로 이용할 전산환경을 구축하는 전국단위는 교육정보시스템으로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을 줄여서 NEIS85)라고 쓰고 “나이스”로 읽는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증명서등의 민원서비스를 해주며 교육관련 부서들과 교사들의 업무량이 줄어들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신뢰성 있는 교육정책의 실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시행되었다. 2003년 3월 3일 전면 개통되었으나 전교조86)는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보호라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였다. 2005년 2월 4일 문화일보를 보면 우려했던 “나이스”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대학에서 고교로 보내는 합격자조회 서비스가 네티즌의 집중해킹으로 합격자 수, 응시자정보, 불합격자 신상정보까지 유출되었다. 2005년 3월 2일 나이스를 통해 개인의 신상정보를 유출한 자에게 징역 3년, 벌금 2000만원에 처하는 나이스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교육정보 시스템 구축 운영과 학생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과연 법률적인 제재만 가한다고 기본 정보 유출이 방지되고 개인의 인권이 보호되느냐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정보가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까지 수록되는 알지 못하였다. 나이스는 교육부가 지침을 내리고 단위학교들은 명령에 따라 시행하였다. 나이스문제의 근저에는 이처럼 군대식 하향명령 구조에 의해 시행되고 정보제공 당사자인 학생에게는 기본 정보조차 전달되지 않는 교육계의 구조적 모순이 더 큰 문제로 내재하고 있다. 더구나 2005년 11월 15일 헌재는 “나이스 학생 정보 수록 합헌”판결을 내려 나이스의 문제점을 둘러 싼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은 다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사례는 전자주민증제도이다. 1995년 정부는 주민등록정부, 의료보험, 운전면허, 인감, 국민연금 등 35가지 정보를 담은 전자주민등록증을 추진하였으나 개인정보의 유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반대에 따라 포기하고 단순한 플라스틱형의 주민등록증을 1998년부터 쓰고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위, 변조 차단 기능을 갖춘 전자주민등록증이 발급 될 전망이다.87) 새로운 주민등록증에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의 정보를 담는 것은 개인정보 우려가 있으므로 공청회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 제도는 세 가지 면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 나이스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정보 유출과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주민등록증을 대체하기 위해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이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는 문제이며 세 번째는 주민등록증에 들어가는 스마트 카드88)를 개발, 공급하는 특정 기업에 이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보험까지 이 주민등록증에 통합된다면 개인의 신원정보 뿐 아니라 개인의 병력까지 그대로 드러나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를 가져온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기록된 혈액형으로 쉽게 수혈을 받을 수도 있고, 수많은 신용카드를 지갑 가득히 가져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결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결국 얼마나 안전하게 개인의 신상을 보호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국가권력이 개인을 통제, 관리하는 수단으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우선 완비되는 것이 이 주민등록증 대체 전에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온라인 민원서류89) 발급을 둘러 싼 문제이다. 2003년 9월 30일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이 시행되어 국민들은 각종 증명서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관계기관에 가지 않고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서류를 출력이전에 쉽게 위, 변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05년 9월 28일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되었다. 허술한 보안체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으며 이미 발급된 민원서류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데만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49일 후 11월 10일 행자부가 전자문서 이중암호장치 등의 기술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했다고 발표하면서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이 다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발급 시스템 일부에서 오류가 발견돼 각 행정기관에는 항의성 전화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실제 전자정부 홈페이지에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신청하면 내국인에게도 여권번호를 입력토록 해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또 이메일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오류 메시지가 떠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보안 시스템은 강화됐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프린터는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은 여전하다.90) 정부는 2005년 11월 10일부터 정부 부처에 제출하는 간단한 민원서류  종은 직접 띠어 갖고 다니지 않아도 정부 기관끼리 공유한다고 발표하였으나 아직 시행되지 않고 여전히 세무서에서 주민등록 등, 초본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전자정부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이와 같이 전자정부를 구현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가 국민의 의견을 전자매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수렴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있지는 못하다.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 전자서류 신뢰도의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일어나고 있어 아직 인터넷을 통한 전자민주주의의 실현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외국의 전자정부 실행은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많이 진척되었다.
미국의 대표적 민간주도 전자민주주의 사업으로 꼽히는 미네소타 전자민주주의 사업(Minnesota E-Democracy)에서는 미네소타 지역문제를 주요 토론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인터넷 웹과 전자우편그룹을 통하여 지방자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전자게시판을 운영하여 주민간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캐나다의 토론토 전자민주주의 사업(C4LD : Citizens for Local Democracy)도 대표적 민간주도 사업이다. 토론토 지역문제를 주요 토론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인터넷 웹 및 전자우편그룹을 통하여 지방자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전자게시판을 운영하여 주민 간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로는 법령 정보 및 관련 기사, 법령 관련 행사, C4LD 소식지, 관련 사이트 목록, 온라인 토론 참여장, 지방자치단체 연락처 등이 있다.
영국은 UK Citizens Online Democracy로 불리는 사업이 대표적 전자민주주의 사업이다. 민간주도의 인터넷 전자민주주의 사업이며 위에서 언급한 미국과 캐나다의 사업과는 달리 주로 국가차원의 정책문제를 토론의제로 채택하고 있다. 인터넷 웹과 전자우편그룹을 활용하고 있으며 웹 사이트에서는 토론되는 주제별로 개요, 관련자료, 국민토론장, 참여정치인 의견장 등을 마련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투표절차 및 득표 집계처리의 단순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전자투표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60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7만7천여대의 전자투표시스템을 설치, 운영한 바 있다. 전자투표의 기본 절차는 유권자가 키보드와 전자투표기 상에 나타난 후보자 얼굴을 보고 투표를 하며 투표 내용은 이동식 디스켓에 저장되고 프린터로 출력되어 별도의 투표함에 적재된다. 선거가 끝난 후 이동식 디스켓에 저장된 데이터가 전국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개표시간이 크게 절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91)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책을 알리거나 정부의 선전을 인터넷에 배포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선거운동, 투표, 개표 등을 하는 것은 전자민주주의의 한 단면일 뿐이다. 진정한 전자민주주의는 인터넷 공간의 쌍방향성에 힘입어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의견을 내고 정부는 토론과 공론의 장을 만들어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주민들의 정치참여에 따른 지역공동체들이 자체 조직되고 유관집단들이 논의에 참여하여 결정권을 행사하고 공공권력을 투명하게 하고 공공권력의 투명성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를 장려할 때 이루어질 수가 있다.92)

제 2 절 인터넷 공론장과 시민참여

아렌트는 공론장은 말과 행위로서 정치를 구성하는 장이라고 하였다.93)  아렌트에게 인간은 같이 모여 살면서 발언과 행동을 통해 서로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존재이며 그러한 행위를 하는 곳이 공론장이다. 그 곳은 인간이 함께 의사소통을 해 나가며 그 가운데 생기는 권력으로 스스로를 유지, 보존, 만들어 나가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잠재해 있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장소이다.
아렌트에 의하면 공적(public)이라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 공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모든 이들이 듣고 볼 수 있으며, 가장 광범위한 공개성을 지닌다. 모든 것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드러남의 영역인 것이다. 둘째,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되고, 우리 자신만의 사적 영역과는 구분되는 한에서 공동의 세계(common world)를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가 만든 우리 주변의 환경이며, 그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관련된다. 우리를 서로 흩어지지 않도록 함께 모아 주는 공동의 영역이다. 이렇듯 공공의 영역은 서로 다른 다양한 위치와 입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각 관점들과 상태들에 의존하게 되며, 이런 의미에서 공론장은 구성원 모두의 공통성(common nature)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입장의 차이와 관점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문제와 대상에 항상 관여하며, 공동의 관심(common concern)을 가진다는 것에 의해 보장된다. 인간을 조건 지워진 존재로 보는 아렌트는 이런 인간조건 속에서 인간 활동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 3가지로 나눈다.

첫째, 노동은 인간의 성장, 신진대사, 노쇠 등의 생물학적 과정에 부응하는 행위이다. 전적으로 인간적 삶의 필요에 따르는 행위이다. 노동은 개인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둘째, 작업은 인간 존재의 비자연성에 부응하는 행위이다. 자연 세계와는 다른, 물질을 생산하여 만든 인공적 세계를 제공한다. 이렇게 인간의 사용을 위해 인공물을 만드는 작업의 인간 조건은 세속성이다. 셋째, 행위는 어떤 다른 매개 없이 인간들 사이에서 직접 일어나는 행위이다. 오직 한 인간만이 아니라 다수의 인간들이 이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부응한다.
노동은 살아 있는 유기체의 죽음과 함께 끝나며,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조건지어지는 동일한 순환 과정을 수행하고, 이것을 위해 소비하며, 소비 수단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한편, 인공품을 생산하는 작업은 손으로 수행된다. 완성된 물건 등을 사용하며 목적했던 대상이 완성되면 그 과정이 끝난다. 인간 신체의 신진대사 활동으로부터 인간의 공동 행위- 같이 먹고 마시는 등의 행위 -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에서 나오는 사회성은 평등이 아니라 단지 같음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반해 정치적 평등 다시 말해 공론장에 참여하는 평등은 어떤 측면들과 특정한 목적들을 위해서 평등해질 필요가 있는 똑같지 않은 자들의 평등인 것이다. 따라서 다원성을 전제로 하는 공론장의 평등은 노동의 경우처럼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평등이나 죽음 앞에서의 평등처럼 많은 것들을 하나로 일원화하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반대되는 것이다.
작업하는 인간은 오직 고립 속에서 만든 생산품들을 교환함으로써만 타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노동과 작업은 전적으로 사적인 영역에 속해 있다. 이 둘은 타인들에 의해 보여 지고 들어지는 것에서 오는 실생활과 공동 세계의 매개를 통해 얻어지는 객관적 관계가 부재하는 나 이외에 인간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사적 세계에 속해 있다.
반면, 행위는 이와는 달리 관계적이며, 정치적이다. 그것은 인간사회 밖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타인이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함께 있으므로 행동과 발언은 촉발되며, 유효한 것이 된다. 나와 남이 같다면, 말도 행동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다양성은 발언과 행동의 기본 조건이며 발언은 동등한 인간들 사이에서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로서 자신을 나타내는 행위이다. 말과 행동들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며, 자신의 독특한 성격을 활발히 드러낸다. 이러한 말과 행위의 드러내는 특질은 사람들이 단지 타인과 함께 있는 곳에서 나타나며 이곳이 공론장이다.
아렌트에 의하면, 공론장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나타낸다. 공론장은 어떤 경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정된 장소만이 공론장이 아니며, 특정한 인물만이 공론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참가자들 사이의 평등한 행동과 발언을 통해 창조되는 공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참여하면 생겨나고, 흩어지면 사라지는 잠재적 공간이 공론장이다. 공론장은 미리부터 국회의사당 같은 특정 장소에 만들어진 강력한 조직체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의 일이나 그 밖의 일이 생기면 필요에 따라 주변의 사람들끼리 모여 논의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잠재해 있는 공간이다. 참여한 사람들의 평등한 행동과 발언이 막히거나 사라지면 그것도 곧 사라지는, 생성, 소멸의 과정을 가지는 살아 있는 열린 공간인 것이다. 자발적 결사 속에서 유지되는 합리적이며 비판적인 의사소통 과정이 이 공론장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발적 정치 참여는 아렌트가 말한 “좁게 한정된 정치 영역에서만 가능한 행위”는 아니었다. 그것은 근대 초기의 살롱을 가능케 하고 그곳에서 행해졌던 문화 토론 같은, “사회, 문화적 영역에서도 가능한 행동”이었다. 구체적인 역사적 관계 속에서 정치의 장인 공론장과 그것을 생성시키는 행위는 끊임없이 변해 왔다. 아렌트는 공동세계의 조건에서 실재성을 보존하는 것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본성’이 아니라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같은 대상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한 가지에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다원성 내지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네티즌의 특성은 아렌트의 공론장 성격에 맞는 듯 보인다.
하버마스는 그의 책 공론장의 구조변동에서 17세기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부르주아 정치사회의 변모를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중세 봉건사회에서 공적 권위는 전제군주와 지배귀족층에게 있었다. 원래 공론장은 과시적 공론장이었다. 봉건시대에 지배계급의 의상이나 왕의 봉인 등의 공식적인 사회적 지위를 공개하는 공론장은 그들의 겉모습만 일방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과시적이었다. 봉건군주는 몸짓, 의상, 말투, 행동이 과시적이며, 공론적이었다. 과시적 공론장은 16세기 이후 계속되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발전과 그에 따른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화에 따라 점차 새로운 공론장인 “부르주아 공론장”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공중으로서 사적 개인들이 함께 모이는 공론장이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중세 전제군주와 지배계급이 가지고 있던 공적 권위와 봉건적 생산양식을 허물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보급과 발전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면서 부르주아 시민계급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사유재산의 소유와 평등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초기 자본주의 인간은 시장 속에서는 재산 소유자, 가족 내에서는 경제활동과는 상관없는 순수한 인간이라는 자기 이해를 가지게 되었다. 부르주아와 인간으로 생활하는 초기 부르주아는  가족관계 내에 생성된 인륜성을 지닌 보편적 인간이란 역할과 재산 소유자의 역할을 동일시함으로써 사유 재산의 영역인 사적 영역의 보호를 자신의 임무로 삼는 근대 공인으로 탄생되었다. 클럽, 살롱, 소규모의 문단 모임, 커피하우스, 그리고 매스미디어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광장으로 이루어진 공공영역의 확립과 제도화는 부르주아 공론장을 탄생하게 하였고 자본주의발전에 따라 생겨나게 된 금융, 상업자본, 수공업자본은 시민사회 속에서 이익 단체, 조직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 조직이나 단체는 발달하기 시작한 매스미디어의 도움을 얻어 정치적, 사회적 관심을 자유로이 표출하였다.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서 사적 영역에 토대를 두고 형성되었지만 공적인 문제들을 논의하는 18세기 부르주아 공론장의 개요를 하버마스는 아래 <표 4-1>과 같이 도식화했다.

<표4-1>94) 18세기 부르주아 공론장의 개요
사적부문
공권력의 영역
부르주아 사회(상품교환과 사회적 노동의 영역)
핵가족의 내적 공간(부르주아 지식인)
정치적 공론장
문예적 공론장
(클럽, 신문)
도시(문화적 재화시장)
국가(내무행정의 영역)
궁정
(궁정?귀족 사교계)


공론장의 기능들은 법에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 기본권들로는 첫째로, 합리적 비판적 토론에 참여하는 공중의 영역(의사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과 이 영역내의 사적 개인들의 정치적 기능(청원권, 선거의 자유 등)과 관련된 것, 둘째로 가부장적 핵가족의 은밀한 영역에 기반한 자유로운 인간 존재로서 개인의 지위에 관한 것(개인적 자유, 사생활 불간섭 등등), 셋째로 시민사회 영역에서 재산 소유자들의 상호행위에 관한 것(법 앞에 평등, 사유재산 보호 등등)등이 있었다. 법에 명시된 기본권들은 공적 부문과 사적 부문의 영역들을 보호했다. 즉, 한편으론 신문, 정당 같은 공론장의 제도, 기구들과 다른 한편으론 가족, 재산 같은 사적 자율성의 기반들을 보호했다. 그것은 결국 시민이란 정치적 존재와 상품 소유자란 경제적 존재인 사적 개인들의 기능을 보호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등장으로 나타났던 부르주아 공론장은 자본주의의 계속적인 발전으로 몰락하고 만다.

공론장의 구조변동의 뒷부분은 이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표현은 “공론장의 재봉건화”이다. 공론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강화되고 언론의 상업화가 진행되었다. 공론장은 비판적 담론 공간으로서 보다는 문화적 소비의 공간으로 변질되어 갔으며 시민 대중들이 수동적이 됨으로써 공론장은 조작되고 화석화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변화한 상황 속에서도 공론장의 재활성화, 공공성의 재창출을 주장하였다. 공론장의 활성화를 통해 정치가 다시 국민의 손으로 되돌아가야 하며 폭력과 지배를 합리로 바꾸었던 공개성과 비판적 토론을 통해 죽어 가는 정치를 소생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각종 사회집단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이 집단간에 상호견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원래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공론장 개념은 개인들이 일정한 공간에 모여서 동등한 참여자로서 서로 대화한다는 이념을 기반으로 하였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공론장의 공통조건이라고 하였다. 첫째 보편적 접근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즉 모든 참여자들이 동등한 발언기회를 가져야 한다. 둘째 보편적 규범과 합리적 정당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즉 모든 담론의 비판 및 반박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셋째, 명령, 반대, 허락, 금지들에 대해 어느 한 쪽이 특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넷째 자기 자신의 태도, 감정, 의도 등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95)

최근의 사회에서는 많은 대중들이 인터넷을 통해 어떤 이슈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로 의견을 내놓고 토론을 벌이곤 한다. 공론영역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되 있었던 고대 그리스 시대나 그 이후 중세, 근대, 현대에 비해 현재는 누구나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쉽게 정치영역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시민 개개인이 단시간 내에 자기주장을 널리 알리고 자기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 원래는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졌던 정책변화에 간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인터넷이 공론장으로의 가능성과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역할의 가능성까지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은 지금까지 인간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인터넷은 비동시적이고 쌍방향적인 방식으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다수 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류역사상 가장 뛰어난 수단이다. 또한 지역에서 뿐 아니라 국가전체적으로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무수한 담론은 인터넷의 공론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인터넷은 사회구성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집단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상호작용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다양한 관심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고 그리하여 소통과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인터넷이 공론장의 역할을 하면서 시민사회의 발달과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은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인해 공론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인터넷은 대면적 상호작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제약요인들을 넘어서 수평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보편적 접근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의 커뮤니케이션은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적 발언이 가능하며 이것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공개하고 평가받을 수 있으며 타인의 의견에 반박하거나 자기의견을 내 놓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론이 형성되고 공론화되어 민주주의를 운영하기 위한 조건을 갖출 수도 있다. 어느 한 쪽이 특권을 가지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둘째 인터넷에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개인이 일방적인 정보의 수혜자만 되는 것이 아니고 정보의 전달자가 스스로 될 수도 있고 의견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모든 담론의 비판 및 반박가능성이 열려 있다. 셋째 일반 시민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 수준의 지식과 정보에 인터넷을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우선 정책의 외부효과의 확산에 따른 잠재적 이해당사자가 확장되고 여기에 전문가 및 준 전문가 그룹이 정책의 외부효과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자로 등장한다. 그 결과는 매개 정책에 대한 광범하고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다. 결국 고도 현대성의 진행 결과 수동적인 시민이 아닌 “비판적 시민”이 출현한다.96) 넷째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은 현실세계에 비해 훨씬 직접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비판적 논쟁이나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인터넷의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인터넷에 대한 국가와 시장의 개입이다. 인터넷공간의 많은 부분이 상업화에 물들어 가고 있으며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규제와 개입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국가의 규제의 대표적인 예로는 인터넷종량제를 들 수 있다. 국가의 규제의 대표적인 예로는 인터넷종량제97)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실행여부가 논란에 휩싸인 실명제도 있다. 실명제의 실시는 시민의 언로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개인비방이나 익명성에 의한 피해를 막아보려는 의도에서 정부차원에서는 실시하려고 하고 있다. 또 국가는 게시판 글과 패러디 등에 대해 사법처리를 하였는데 이것도 아직 논란중인 문제이다.

둘째 익명성에 의한 인터넷 테러의 위험성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인터넷 테러나 인터넷 일탈행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렌트의 다음과 같은 말과 같은 맥락이다. “독재상태와 같이 협동과 의사소통이 힘든 근본적인 고립의 조건이나 대중적 히스테리의 조건에서는 공동세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네티즌은 어떤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것은 맞으나 익명성으로 인해 무차별적이고 원색적이고 남을 고려하지 않는 언어를 쓴 경우가 많고 이러한 문제가 사회 문제화되어 가는 실정이다. 사실 이 예는 무수히 많다. “군복무 가산점 찬반 논쟁”에서 여성단체나 이화여대 게시판이 욕설로 도배가 되었던 경우나 “개똥녀사건”이 그 좋은 예이다.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여론에 휩쓸려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쏟아 내는 네티즌이 너무도 많다. 공론장은 프락시스와 렉시스에 의해 참여자 들 간의 협의와 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협의, 숙의라는 것은 시민들이 공개적으로 공공문제들에 관한 의제를 설정하고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하고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합의98)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지금 인터넷을 통한 발언들은 자신의 입장에 대한 단순한 주장인 경우가 많고 진정한 협의, 숙의는 드물다. 상호토론을 통해 합리적 해결책을 발견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하는 성숙한 시민문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네티즌 간에 있어야만 인터넷이 공론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보격차로 인해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가 재생산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많아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발언과 토의의 기회가 돌아간다고는 볼 수 없다. 가난 또는 무지로 인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도 많이 있고 연령에 따른 차이도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참여하는 사람만을 대중이라고 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여론으로 하는 것에 무리가 따른다. 인터넷이 개인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다한 정보를 주는 인터넷은 그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기술을 갖는 엘리트들과 평범한 네티즌 간에도 불균형을 가져 올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능한 20-30대와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50-60대간에 정치문제에서의 대립양상이 보였던 지난 대선에서처럼 나이에 따른 정보격차나 또 네티즌들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기 힘든 아주 가난한 자, 교육을 못 받은 사람간의 격차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인터넷사용자만을 대중이라고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넷째 포퓰리즘에 의한 여론정치의 위험성이 있다.  사회집단이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경우에 정책결정자가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인터넷 상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는 다수의 의견에 그냥 따라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다수의 의견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수 있으며 정화되지 않은 다수 의견이 비윤리적 의사결정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황우석’논란99)도 사이언스에 실릴 논문의 진위, 난자채취과정에서의 윤리성 문제, PD수첩의 잘못된 취재관행 등에 초점을 맞추어 네티즌들이 의견을 내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막연한 애국심에 호소하여 ‘황우석박사 지지’만 하려는 네티즌들의 여론에 휩쓸려 언론까지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이 사례에서 보면 진실(알 권리)과 국익 두 차원에서 공정하게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네티즌의 여론이 그냥 옳은 일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심각한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가진 사건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공론장은 시민사회의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시민사회의 약화를 초래 할 수도 있다. 초기 오프라인의 공론장은 참여자들 사이의 대면적 상호작용 속에서 사적인 친밀감이나 일정한 집합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공공성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인터넷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토대가 없이 이루어진다. 사회적 토대가 없어서 인터넷 내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민사회는 파편화 될 수 밖에 없고 인터넷은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다음의 사례들은 특정이슈를 중심으로 하여 기존 언론에서는 미진하게 다루었으나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의제가 선택되고 자발적으로 호응을 이루어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사건이다.

첫 번째 사례로는 군에서 제대한지 2개월 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은 후 사망한 노충국씨 사건을 분석해 보려고 한다. 군에 있는 동안 위 통증으로 인하여 국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위염이라고 판정되어 군에서 만기제대한 후 2개월 만에 위암 말기로 판정되어 투병하던 중 2005년 10월 27일 사망한 사건이다.
10월 24일 낮 12시에 ‘오마이뉴스’를 통해 ‘노충국씨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기사 댓글을 통해 “돕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 달라”, “젊은 청년을 꼭 살려야 한다”며 도울 방법을 문의하였고 ‘오마이뉴스’의 ‘좋은 기사 원고료보내기’를 통해 반나절 만에 200만원이 모금되었다. 10월 27일 이전까지 노충국씨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에 많은 글이 올라오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그를 살리고 군 병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카페가 만들어졌으며 군부대 병원에 대한 성토가 계속 이어졌으나 10월 27일 노충국씨는 사망하였다. 다음은 노충국씨 사건 관련 일지이다.

2005년 6월 24일 노충국씨 제6탄약창 만기 제대
2005년 7월 7일 서울 모 병원에서 위암 말기 판정
2005년 7월 중순 서울 모 대학병원에 입원
2005년 8월 2일 서울 남부 보훈지청에 공상군경 등록신청
2005년 9월 초 퇴원, 논산의 한 사찰에서 요양
2005년 9월 중순 노씨 상태 악화, 서울 모 대학병원 재 입원
2005년 9월 30일 노씨 퇴원, 덕유산에서 투병
2005년 10월 24일 노충국씨 사건 첫 보도
2005년 10월 25일 윤광웅 국방 대정부질문에서 “최선 다 했다”해명
2005년 10월 26일 국방부 노충국씨 외래 의료 진료기록지 공개
2005년 10월 27일 노충국씨 오전 7시 경 거창 서경병원에서 사망
2005년 10월 28일 국방부 애도표현 및 노씨 사망 진상 조사 실시 발표
2005년 10월 29일 제6탄약창 관계자 노씨 빈소 방문, 유가족 조문 거부
2005년 10월 31일 고 노충국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군대내 의료접근권 보장                     을 위한 비대위 발족
2005년 11월 1일 윤광웅 국방, 국방위에서 노충국씨 사망관련 공개 사과
2005년 11월 10일 합동조사단 진료기록부 조작 발표

‘다음(DAUM) 아고라’의 ‘네티즌 청원’코너에서 50,000명 서명 받는 중에 노충국씨는 사망하였다. 아래는 노충국씨 사망 전인 10월 26일까지 ‘다음 아고라’를 통해서 네티즌들이 의견을 낸 게시물들의 제목 모음이다.

군제대후 위암말기 판정받은 노충국씨.  조회수: 39368  댓글 수: 172
군병원에서는 위궤양이라고 했는데 군제대후 위암말기
군 “위암 경고했다. 노씨 ”들어보지도 못했다.
군제대후 위암말기 노충국씨 얼마나 아팠을까?
전형적인 군 발뺌 작전 시작
군병원 생각하면 열 받습니다.
전직 의무병이 본 군대병원 현실. 조회: 61123 댓글 수:332
군대의 의무시설이란
내가 겪은 군대병원

첫 번째 글은 10월 24일에 작성되었는데 이틀 만에 조회수 39368번, 댓글 수 172개를 기록하며 이 사건에 네티즌들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7번째 글인 “전직 의무병이 본 군대병원 현실”은 작성된 날 조회 61123번, 댓글 332개 등 굉장한 힘을 발휘하였으나 12월 10일 확인한 결과 삭제되었다.

10월 27일 노충국씨가 사망하고 난 후에는 다음과 같이 사건이 전개되었다.

11월 6일 합동 조사단이 노씨 진료기록부가 조작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노씨의 진료를 담당했던 국군 광주병원 군의관 이모대위가 노씨의 ‘위암 가능성’에 대해 지난 4월 28일 진료기록부에는 적지 않았다가 3개월 후인 7월말 몰래 기록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하였다. 11월 7일 뉴스엔에서는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이 군 의료체제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병든 병사, 제대할 때까지 참아라’를 8일 11시 5분에 방송한다고 보도하였다. 다음은 그 기사 내용이다.

PD수첩 제작진은 고(故) 노충국씨의 사건을 통해 국방부의 주먹구구식 대책을 점검해보고 상부에 의한 조직적인 조작 가능성은 없는지를 추적한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와 군의관들의 증언을 통해 군의관 1인당 군인수가 1,000여명에 이르고, 군의관이 하루에 봐야하는 환자가 100여명이나 되며, 게다가 사단급 이하 의무대에는 피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열악한 군의 의료 체계를 집중 조명한다.100)

다시 합동 조사단은 10일 노충국(28)씨 사망사건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노씨의 진료기록지에 가필한 군의관 이아무개(31) 대위가 노씨에 대해 위암의증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노충국씨 사건 진상규명 및 군대 내 의료 접근권 보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군의관 이씨 혼자 진료기록을 조작했다는 국방부 합동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군 당국은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라”고 요구했다. 합조단은 또 노씨 사건과 전역 뒤 2개월여 만에 췌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오주현(22)씨, 전역 뒤 6주 만에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박상연(24)씨, 전역 뒤 6주 만에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김웅민(23)씨 등 4건의 의료 민원을 조사한 결과, 노씨 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의료조처가 미흡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101)

그 후 10월 1일 논산훈련소에서 행군도중 쓰러져 복강내 과다 출혈로 17시간 만에 길주형(20) 씨가 숨진 사실이 뒤 늦게 보도가 되었다. 국군논산병원은 훈련병 1만 여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군내 2차 진료기관인데도 CT장비가 없어서 길이병이 위급한데도 CT촬영기를 찾아 헤매다 사망했다고 한다. 노충국씨 사건에 이어 길씨 사건까지 터지자 곪아터진 군 의료체계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6일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길 이병의 죽음을 책임져라” “이러니 다들 자식을 군대 안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글이 쏟아져 들어왔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군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도 잇따랐다.102)

네티즌들의 군 의료실상에 대한 고발과 성토가 이어지자 11월 17일 윤 국방부 장관은 고 노충국씨 사건을 군 의료체계 환골탈태 기회로 삼을 것을 당부하는 편지를 각급 제대 군지휘관 들에게 발송했다. 윤 장관은 편지에서 최근 몇 가지 군 의료 관련 민원으로 인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군에 대한 불신과 염려가 깊다는 것을 명심해 유사 사례가 재발 되지 않도록 장병 개개인에 대한 건강관리와 진료 접근권이 보장되도록 최대한 배려할 것을 지시했다. 윤 장관은 아울러 군 병원 선진화 사업을 위해 군 병원 운영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과 국군수도병원의 역할과 기증 재정립, 우수한 의료 인력 조기 확보, 현대식 병원 신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장병 의료 환경과 의료 체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몇 가지 군 의료 관련 민원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군에 대한 불신과 염려를 끼치게 한 유감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장관으로서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각급 제대 지휘관과 병원을 비롯한 각급 의무 관계자들에게 다음 사항을 각별히 당부합니다. 의무 관계자 여러분은 성실한 복무 자세, 사랑과 정성이 담긴 성의 있는 진료·치료, 그리고 오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에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원론적인 것입니다. 환자는 인격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 의료진으로부터 성실한 진료와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각급 제대 지휘관들도 부대의 임무 수행 못지않게 장병 개개인에 대한 건강 관리와 진료 접근권이 보장되도록 최대한 배려해 줄 것을 바랍니다.
둘째, 장병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과 의료 체계 개선 및 발전 대책 강구입니다.
장관은 이미 의무사령관에게 진료·치료와 관련해 각급 부대 장병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각급 부대에서 제기하는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 등의 각종 소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장·단기 과제로 구분, 발전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국방부 차원에서도 군병원 운영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 국군수도병원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 우수한 의료 인력의 조기 확보, 환자 후송 체계 단축, 야전 의무 지원 능력 보강, 첨단 의료 장비 확보, 환자 중심의 현대식 병원 신축 등 군 병원 선진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군 의료 체계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이는 앞으로 군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될 것입니다.
셋째, 모든 보고는 거짓 없이 정직하고 진실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재삼 강조합니다.
군대 조직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 체계의 기본은 상하 간의 진실한 보고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군대 조직에서의 보고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보고로 인한 혼란과 혼선, 그리고 이로 인한 잘못된 판단과 대책은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폐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커다란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고(故) 노충국씨 사건의 경우 의료 서비스의 미흡과 불충분한 진료 기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추후 가필한 진료 기록의 진실된 보고 여부에서 더 큰 불신을 불러오게 됐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보고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항상 진실성이라는 대명제가 전제돼 있습니다. 진실되지 않은 보고는 조직에 해를 끼치고 국민을 속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이번을 계기로 장병들의 진료·치료를 비롯한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해 혁신 차원의 변화를 이루어 나가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103)

2005년 11월 22일 윤광웅 국방부 장관 22일 국회 예산 결산 위원회에 출석하여 논산훈련소에 CT, MRI 등 첨단 의료장비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군대 의무는 병사 전투력과 직결하기 때문에 비행기 한 대를 안 사고, 의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군 의료체계에 대한 쇄신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예결위 회의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사망한 노충국씨, 김웅민씨, 길주형씨 등을 예로 들며 구멍난 군 의료체계를 문제 삼았다. 노 의원은 행군 도중 쓰러져 17시간 만에 숨진 길씨를 거론하며 "논산훈련소의 경우, 훈련병 1만 2천여 명이 상시 훈련을 받는 곳에 CT 촬영장비 하나 없어서 결국에 이 장비를 찾아다니는 도중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윤 장관은 "부임 이후 군 의료체계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우라고 해서 약 1조 3천억원 규모의 원대한 계획을 짰다"며 "5년 이내에 2800억원을 투자해서 장비 현대화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이 "질병 예방 차원에서 장병들이 정기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윤 장관은 "전역할 때 본인이 원하면 검진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고, 경제성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답변했다. 윤 장관은 이어 "내년에 군 의무발전을 위해서 민·관·전문기관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 구성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104)

이 사건에서 인터넷의 전파성과 연결성의 특성을 통해 인터넷이 공론장의 역할을 하였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노충국씨 사연에 온 네티즌들이 한 마음이 되어 그를 도우려고 애썼다. 비록 그는 사망하였지만 군 의료체계의 개선 검토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 사건은 이미 개인화되고 소통이 단절되어 물질 문명 만을 중시하고 생명을 경시하고 남의 아픔에 무관심했던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개인의 아픔에 동참하여 한 마음, 한 뜻을 가지고 정부, 군 당국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 개인을 보호하고 ‘알 권리’를 쟁취하려는 노력이 보인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개인의 억울한 문제 등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 지고 네티즌들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네티즌들이 가장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면서 단합된 모습으로 합의에 이르려는 노력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사회 참여의 모습을 재부족화라는 이름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사례는 국민연금에 관한 것이다. 2003년 3월 4일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지급액을 낮출 것을 시사하자 네티즌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미디어다음의 ‘100자 의견’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반응 중에는 ‘국민연금 선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수였다. 연금 혜택을 원치 않는 사람은 보험료도 내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는 이름을 쓰는 네티즌은 “지금까지 납부한 금액이 한 천만원 넘을 껄요. 그거 다 포기할랍니다. 제발 국민연금 안내게 해주이소”라고 호소했다. ‘연금싫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연금 안내고 차라리 그 돈으로 보험 100개 더 들랍니다. 노후보장 보장상품 그게 차라리 낫지”라고 비꼬았다.  ‘동용삼’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11년 전 국민연금 제도가 최초로 도입되었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월급은 4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5배가 올랐는데 보험료는 10배로 뛰어올랐다며 정부를 향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몇 번을 사기치는 것인지 당신은 아는가”라고 말했다. ‘씨방새’라는 네티즌은 “한 달 전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동안 낸 연금 원금 약 500만원을 치료비에 보태도록 지급해 달라니까 거절!! 미망인인 우리 어머니한테 본인 생존시 월 수령액의 40%만 준다네요. 일금 6~7만원 정도”라고 분노했다.

2003년 8월 7일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호소하면서 공단의 직원이 자살하였다. 2003년 7월 30일 시민, 노동단체, 정부 국민연금 개혁에 반발이라는 기사가 프레시안에 실렸고 2003년 8월 19일 문화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9일 오전 청와대, 여성 단체연합, 전국 농민회 총연맹등과 공동으로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잇달아 열고 “국민이 더 내고 덜 받는 개정안은 결국 국민연금을 죽이게 될 것이므로 정부는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05)

같은 날 보건복지부 주최로 ‘국민연금 제도개선 공청회’가 열리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2003년 10월 14일 11월말 “국민 연금법 개정안” 국회상정을 앞두고 대학교수 등 지식인 300명이 “국민연금 살리기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정부의 연금제도 개혁을 찬성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연금관리공단은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국민연금 사이버 토론대회를 개최하였는데 분석결과 연금 의무 가입과 보험료 강제 징수에 큰 불만을 가지고 29.1%가 연금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106) 2004년 5월 9일 한 네티즌이 인터넷상에 “국민연금의 8대 비밀”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그 글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면서 국민연금 납부반대 움직임과 국민연금 폐지운동이 시작되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5월 31일 국민연금 관리공단 직원의 고백성 글이 인터넷에 실리면서 거리 촛불집회로 까지 이어졌다. 납세자연맹을 주축으로 국민연금 폐지 주장이 일어났으며 인터넷상에 안티사이트, 안티카페가 생겨났다.

‘국민 연금 문제’는 곧 야후 토론방과 다음 토론방등에도 중요 이슈가 되었다. 우선 미디어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서는 이슈 토론방에 “국민연금”이슈가 상설되어 있다. 3815개의 글이 실려 있다.107) 2004년 12월 17일 아이디 ‘착한 폐인’의 “국민연금 투자해라”라는 글부터 시작하여 ‘나얌’의 “국민연금은 최악의 노후대책”이라는 3815번의 글까지 실려 있다. 그 중 토론방 베스트에 올라 있는 국민연금을 지지하는 “국민연금은 두 가지 사실에 기초한다.”라는 글을 읽고 “노후의 희망이란 연금의 꿈. 과연 그럴까?”, “국민연금 알면 알수록 잘못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자신 있는 당신 국민 연금 보증 좀 서라” 등의 답글이 같은 날 쓰여 졌으며 하루 만에 20개의 댓글이 달렸다. 2004년 5월 18일부터 7월 8일까지 개설된 야후 토론방에는 국민연금 논란 관련 게시물이 15910건이 검색되었다.108) 야후 토론방 개편 후인 2005년 9월 13일부터 2005년 12월 10일까지 이슈토론방의 “국민연금”주제에 대해 23968개의 게시물이 게시되었으며 아직도 열띤 토론중이다.

이같이 네티즌의 국민연금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국민연금의 실상을 알고자 하였으며 그에 따라 국민연금 개정안은 3년이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였으며 2005년 12월 11일 재직자 노령연금과 조기 노령연금, 유족연금의 감액이나 지급 정지 기준을 근로자와 자영업자 구분 없이 월 소득 15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사례에서 네티즌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새로운 사회, 정치 참여를 이루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국민 연금이 과연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알고자 하였다. 전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알지도 못 하였고 궁금증이 있어도 문의를 해서 궁금증을 해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자기 자신이나 가족 더 나아가 전 국민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루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잘 사는 세상이 그들이 이루려는 세상인 것이다. 정당성과 효율성을 둘 다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인터넷 게시판이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현대 문명의 모습인 비인간적이고 닫힌 문화가 사라지고 총체적인 감수성을 가진 제대로 된 인간이 사는 사회가 되고 진정한 인간 중심의 문명화된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을 재부족화라고 볼 때 이러한 네티즌의 사회 참여는 재부족화를 이루려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게시판은 공론장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황우석 논란”은 인터넷이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황우석 논란과 관련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는 네티즌들의 여론은 한쪽으로 치우쳐 무조건 MBC를 비난하고 황우석박사를 지지하는 것이 국익인양 행동하고 있다. MBC와 PD수첩에 대한 원색적인 인신공격성 욕설과 비난에서부터 각종 음모론 등으로 포털사이트 뉴스게시판 등이 완전히 도배되고 있다. 이것은 냉정하게 양쪽의 입장에서 사건을 본질을 분석해 보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애국주의의 관점에서 무조건 한 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해 가는 아주 무서운 폭력이다. ‘개똥녀 사건’에서 보여 주었던 사생활의 무방비적인 노출, 익명성에 의한 심한 공격, ‘황우석 논란’ 사건에서 보여주는 선동적인 언어와 반대 입장을 무조건 비난하는 태도 등은 인터넷이 공론장으로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는 사이버 주민등록번호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연구되고 있고 익명성에 의한 문제는 실명제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실명제 또한 발언의 기회와 폭을 좁힐 수 있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자기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의견은 무조건 비난하고 원색적인 공격을 퍼붓는 순화되지 못한 네티즌의 언어와 행태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며 다각적인 방면에서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몇 가지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시민교육을 통해 네티즌과 시민의 민주시민의식이 성숙해지도록 한다면 인터넷이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제 5 장  결  론

문명의 변천사는 미디어의 변천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맥루한은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하였다. 미디어가 인간의 눈이나 귀를 보고 듣는 자연적 한계 밖까지 가져다주며 팔과 다리를 자연적 신체가 닿을 수 없는 먼 곳까지 뻗치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확장’이라고 말한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미디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면서 변화하여 왔으며 의식의 소통과정은 상당부분 미디어에 의존하여 왔다. 인류 역사 속에서 사용되고 변형되었던 미디어는 사람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공동체의 모습에도 영향을 주었고 정치와 문화의 변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예전 구술문화시대에는 의사소통이 입을 통해 이루어졌고 청각이 가장 중요하였다. 청각은 문자처럼 분절되거나 보여 지는 것이 아니므로 시각보다 더 실존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는 말과 청각에 의한 의사소통과 면대면 대화가 이루어졌으며 말속에는 화자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고 말은 풍부함과 생명력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 시대의 인식은 실존적이며 총체적이고 공감각적이었다. 이 공감각을 통해 전체사회가 공통성을 갖는 공동체였다.

그러나 문자가 발명되면서 정보 제공자와 정보 수용자는 더 이상 동일한 맥락을 공유할 필요가 없어져 탈맥락화하게 되었다. 개인은 모여서 이야기하는 대신에 인쇄된 책을 혼자서 조용히 읽어서 정보를 알아내게 되었으며 근대적 의미의 개인주의가 나타나게 되었다. 또한 근대적 지식은 눈에 보이고 구체적이고 정확하고 측정 가능한 것만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다. 시각을 통한 경험과 증거만이 인정받았으며 사람들은 시각적 방식으로 관찰되고 해석되는 것만 합리적으로 인정하였다. 문자문화는 사람들을 분리시켰고 친밀한 유대관계는 끊어졌다. 텍스트를 읽어 가면서 인간은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기 자신까지도 객관화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이성적이고, 객관적이고, 내성적이고, 개인적인 존재가 되는 탈부족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문자문화가 중심이 되면서 오랫동안 인간들은 소통이 없는 개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해 왔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의 아고라처럼 모여서 의견표출과 토론과 합의를 향한 발전적인 의사소통을 할 공론장이 없었다. 개인적인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 이데올로기가 발달하였으며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근대 민족 국가가 설립 유지되어 왔다. 개인은 공동체에 일원이 되어 살기 보다는 파편화, 개인화된 사고방식으로 혼자만의 삶을 꾸리고 그에 따라 정치는 소통과 합의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국가의 일방적인 권력이 개인을 지배하는 정치가 이루어지고 전체주의의 위기까지 나타났다.

현대적 미디어 중에서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의 매스미디어는 사실 문자에 의해 전수된 전체주의적 보편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일방적인 전달을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응집을 가져올 수는 있으나 공동체내에서나 개인 간에 상호작용을 이루어지게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이 나오면서 비록 간접의사소통이기는 하지만 실재보다 더 리얼하게 느껴지는 의사소통이 쉽게 일어나게 되었다. 인터넷은 인간을 결집시킨다. 컴퓨터와 전산망이라는 매개를 이용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을 이루어지게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인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에 기초한 의사소통은 쌍방향적이어서 이전의 정부의 국민에 대한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인터넷 통해 시공간의 이동과 축약이 가능해 짐에 따라 개인간의 관계나 공동체간의 관계,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은 특히 21세기 들어 모든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구조를 바꾸고 있다. 소통방식, 공동체 형성, 지식 습득, 언어, 정치 등등 인터넷이 영향을 끼치는 분야는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은 시민사회와 결합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으며 인터넷을 통해 대중은 능동적 대중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 시민사회영역에서 인터넷 이용한 정치에의 참여는 2002년 대선이래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다.

사실 인터넷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태생부터 발전과정까지 시민사회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터넷은 60-70년대의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과 히피문화 등이 발달하던 시기에 시작되어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방사선이상으로 연결된 끊임없는 네트워크를 통해 대중들의 힘이 쉽게 결집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여 대중들의 정치참여와 시민사회 형성을 상당 부분 도와주었다. 둘째 기술적 측면에서 인터넷은 공개시스템이며 분산성을 특징으로 한다. 지금도 완전 개방형 소프트 웨어 등이 있으며 오픈 소스운동, 저작권에 대항하는 카피 레프트 운동 등을 통해 공유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셋째 인터넷은 전통적인 통신기술에 비해 중앙 통제가 약하다. 국제적으로도 미국 등 일국의 지배력이 약하며 인터넷 지배구조에서는 정부와 시장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정착되었으나 실제로 모든 개인들이 그것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상당 부분 대의민주주의라는 제도에 의한 것으로 사실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 주지 못하고 있고 정책 운영에 있어서는 협조적이지 못한 시민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당성(legitimacy)과 효율성(efficiency) 두 면에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선거 때뿐이며 정치가나 정부 또한 선거 때나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져 사실상 시민들은 정치에 소외되어 있었고 정책결정에도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젊은 사람들조차 시간을 따로 내서 어느 특정한 공간에 모여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정치에의 관심이 생겨났으며 쉽게 정치 참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민사회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시민사회를 한 차원 확장시킨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인터넷이라는 기술위에서 시민사회의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그 공간이 확대되고 있으며 시민사회가 그 기반위에서 더 견고해지고 있다. 둘째 인터넷을 통해 시민사회는 글로벌화되면서 동시에 지역차이도 극복하고 있다. 전통적인 시민사회는 대화와 토론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으나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는 시, 공간을 극복하게 해주고 비용절감 효과도 가져와 시민들이 쉽게 접촉하고 토론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셋째 온라인상의 토론과 소통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거나 기존 미디어들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가져오게 해 준다.

인터넷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접근하고 관심사를 표출하여 토론과 합의를 이루는 공론장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다양한 토론이 그곳에서 이루어진다. 비록 절제되고 순화되고 설득력 있는 의견만 나눠지는 것이 아닐지라도 다양성에 기반을 둔 문화가 이루어진다. 개별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때로는 결집된 힘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개인들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인터넷은 청각과 시각 등이 동시에 작동하여 사람의 인식작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낸다.

인터넷 문화가 창조해 내는 인터넷 공동체는 고대 시대의 부족화된 마을은 아니지만 새로운 의미의 부락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스페이스상의 가상의 공동체는 ‘언어(구술)공동체’의 상호소통작용과 그 현상들을 가지고 있다.109) 인터넷 공동체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특수한 영역을 구축한다. 관심영역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인터넷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게 된다. 맥루한의 “지구촌”이라는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2차적인 구술성에서 의식되는 집단은 부족시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방대하다.110) 그러나 이 인터넷 공동체는 과거 부족시대와 같은 단일화된 공동체는 아니다. 이미 근대화된 인간들은 자신의 사고와 인식 체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단일화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고 주관적 의견과 의사를 표출하며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소로서의 다원적이며 다양성이 존중되는 연대적인 공동체만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인터넷은 보급률이 세계 1위일 정도로 모든 생활 속에 뿌리 내리고 있다.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투표 출구조사에서 뒤지고 있었으나 그의 지지자들인 젊은 층이 그 사실을 인터넷으로 알려 그의 지지자들의 투표참여를 촉구해 결국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또 미군에 의해 희생된 효순, 미선의 사건에도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는 항의와 오프라인 모임이 이루어져 인터넷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개똥녀 사건에서 보듯이 인터넷을 통해 마녀 사냥식으로 온갖 비난과 개인 정보의 유출, 사진 공개 등으로 개인들이 한 개인을 단죄하는 상황까지도 연출되었다. 이렇듯 인터넷 공론장과 인터넷 공동체는 정치참여에 도움을 주나 포퓰리즘에 빠질 위험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논의는 “인터넷 통한 재부족화는 가능한가?”이다. 근대에 이르러서 개인화, 파편화된 인간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서로 의견과 의사를 나누고 소통하고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효순 ? 미선 사건, 2002 월드컵 응원에서 보았듯이 네티즌은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분노하며 때에 따라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결집하기도 한다. 지혜, 지식, 생활을 다 인터넷을 통해서 하며 바로 곁에 친구, 가족이 있는 것처럼 느끼며 개인의 의견교환, 약속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하면서 감성, 감각, 창조력, 상상력 등을 발달시킨다. 인터넷이 인간의 감각을 살려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각, 청각을 다 사용하고 있으며 게시판 글쓰기, 대화방, 메신저 등에서 실제로 말하듯이 쓰고 읽고 이해하고 하기 때문에 글로 소통하기 보다는 말로 소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오감을 다 사용하게 만들어 곁에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려는 컴퓨터도 개발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감성이 되살아 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개인들은 사이버 공간안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새로운 부족으로의 탄생, 즉 재부족화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종합한 총체적 인식이 되살아나는 문명이 나타나고 개인간의 관계가 친밀해 지며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족사회시대의 그런 가족, 인척중심의 부족이 아니라 공통의 취미나 이상을 가진 개인들이 부족이다. 현대인은 이미 개별화되고 이성적, 논리적이 되어서 고대 부족사회와 같은 공감각적이고 단일화된 부족 공동체는 이룰 수가 없지만 의견을 교류하고 의사소통하며 연대를 이루는 공동체를 만들 수는 있다. 다만 개인에게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진정한 의사소통이란 무조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거나 깊은 생각도 없이 남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성찰을 통해 나온 진정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익명성에 따른 남에 대한 공격, 여론에 휩쓸려 바른 판단을 제대로 하기 힘든 점, 개인 정보노출의 위험성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이 많지만 성찰의 시간을 통해 인터넷 내에서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다면 끈끈한 유대와 정을 가지고 합의에 이르는 시민사회의 완성이 되는 재부족화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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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retribalization of modern society through Internet
-Reconstruction and expansion of the theory of media of McLuhan

Jung, Soo Hyun
Department of NGO Policy and Management
The Graduate School of NGO Studies
Kyung Hee University


Modern society is the society that takes it granted that people are selfish and individualistic and relations between individuals are broken according to the development of material civilization. It's because of the effect of the literal culture developed by alphabet and typography since the invention of the printing machine. Typography contributed to the birth of modern nation by its aid to the unification of dialects. But modern civilization developed by typography brought about alienation between individuals and totalitarian state.
In the oral age, hearing was the most important sense and all people communicated in the same place and at the same time. Members in the same community had a strong unity and tie. In Greek age, there was a place for public opinion where people debated and expressed their own opinions. As a result, people could reach a political community model through accordance between people. 
However, according as alphabet was invented and printing was distributed and books were read widely, individuals didn't need to get together and they pursued their own world. As a result they became individualistic. There was no need to make a community and the truth must be proved by the evidence. So the invention of printing(typography) made people individualistic, unwise, stubborn. And people had no thought to make a good community. It was the pessimistic effect of the invention of printing(typography). The solution to these problems was proposed by McLuhan in his book 『Understanding media : The extension of man』. He said that newly invented eletric technology which had deep, organic characteristics could solve these problems. He also said TV could recover the balance of men's senses and such a function of TV could bring people total senses that united ancient tribal society in ancient times. He defined it as a "retribalization". "Retribalization" can be taken place owing to the development of digital media including internet. Internet can make human relations intimate and bring people a chance to communicate by its characteristics of pseudonymity, diffusion, synesthesia(multi-senses).
The increase of computer-addicts, the attack under a pseudonymity, a diffusion of uncertain informations, a difficulty of judgement because of a lot of uncertain informations are the problems of internet culture. But internet(cyber) community can solve these problems through its capability to make public opinion.
Internet bulletin board can make a role as a place for public opinion as that of Greek age. On a internet bulletin board, people can tell their opinions freely. Besides though they use undefined language, they can communicate and make a try to reach the reconciliation and the agreement through communication and debate.
This state of reconciliation and agreement through communication and debate can be called 'retribalization'. After all there is a possibility that people can make 'retribalization' through internet community and internet bulletin board.


Key Word : orality, literacy, typography, internet community, oral age, literal age, oral culture, literal culture, alphabet, retribalization, civilization, e-politics, internet culture, digital media, electronic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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